기발한 청년 창업의 세계, 20대 CEO들을 만나다

  • 입력 2009년 1월 25일 07시 46분


심현수(29)씨.
심현수(29)씨.
서정민(28)씨.
서정민(28)씨.
“왜 30년 후에나 CEO(최고 경영자)가 되려 하세요?”

좁아진 취업문으로 인해 20대 청년들 사이에서도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대 사장님’이 되기 위해 재학생들은 물론 사회초년생들까지 자신만의 아이템을 발굴해 창업에 도전한다. 실전 노점 스터디, 창업 스터디, 창업스쿨 같은 모임을 통해 창업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중소기업청에서 집계한 ‘2008년도 신설법인수(1월~11월) 통계자료’ 에 따르면 30세미만인 사람이 등록한 법인 수는 전체 4만7,058건의 신설법인 중 약 3%에 해당하는 1,877건이다. 무점포 노점상을 운영하는 청년들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창업컨설팅회사나 정부 창업상담창구에는 청년창업에 대한 문의가 10%정도 늘었다.

‘20대 사장’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꿈이 확실하다는 것. 이들은 평생 재미있게 열심히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그 분야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다. 땀 흘린 만큼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도 창업의 장점이다. 성취감 역시 클 수밖에 없다.

20대들의 창업아이템은 기발하다. ‘여성 전용 택시’를 사업화하려는 시도도 있고, 노인들이 주로 하고 있는 건어물 시장을 파고들려는 젊은이도 있다. 생리대를 파는 남자도 있다.


▲동아닷컴 임광희 기자

23살부터 노점상을 시작해 지금은 ‘생리대 파는 남자’로 유명한 심현수(29) 씨는 창업 전도사다. 7개의 매장을 통해 여성 전용 물품인 생리대를 팔고 있는 그는 “남자들이 하고 있지 않은 부분이라 상대적으로 남녀 모두 참여하고 있는 분야보다 개척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사업동기를 밝혔다.

그는 창업의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한다. “일반 회사원들 대부분은 정년퇴직하고 나면 생계형 창업을 한다. 하지만 기본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봐야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도전을 통해 실패를 줄이는 노력과 노하우를 터득하는 것이 유리하다. 성공의 길은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것” 이라고 심 씨는 주장한다.

올해로 사업을 시작한지 7년째라는 그는 7번의 실패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실패경험과 판매노하우를 예비창업자나 젊은 세대에 전달하고 공유하고 싶어 ‘20대 사장만들기’라는 온라인 클럽을 개설했다. 창업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은 높았다. 이 클럽의 회원은 약 7500명. 이 중 67%정도가 20대다. 여기서 만난 예비창업자들은 창업스터디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영했다. 창업 준비 과정을 거쳐 이들이 창업스터디를 끝내는 순간이 바로 창업에 성공한 시점이 된다. 노점스터디 역시 마찬가지다.

디자이너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맞춤형 디자인’사업으로 온라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서정민(28)씨는 "약 1억 원의 월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대학 3학년 때 창업을 했다가 실패한 뒤 새 아이템을 찾았다. 창업스터디를 하면서 사업 동료를 만났다. 이처럼 창업스터디는 사회경험이 짧은 20대들에게 인맥을 넓힐 수 있는 통로 역할도 한다. 창업 아이디어의 사업화, 회사운영 자금조달 능력 등 일반적인 지식보다는 현실적인 범위의 학습이 이뤄진다. 그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는 부분이 크다.

최근 정부의 청년창업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이 늘었고 지원방안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만큼 창업의 벽이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창업에서 단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승부한다면 그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사업체 운영에 있어 재무, 회계부터 시작해 마케팅, 인력관리까지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창업 전 철저한 준비는 필수적. 이미 창업한 사람들, 사업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아이템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맥이나 자금능력이 떨어지는 20대에게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계획을 확실히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20대 창업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초기 자금 조달이다. 그러다 보니 소자본으로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필요한 곳에 동영상을 촬영 및 편집해주는 개인 프로덕션을 차린 정두헌(29)씨는 군 제대후 아르바이트로 모은 500만원으로 창업자금을 댔다. 온-오프라인 휴대폰 판매사업을 하고 있는 김현종(27)씨는 고교졸업 후 모은 1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자금이 없어 카드로 소위 ‘돌려막기’도 했었고 3개월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어려운 시절도 겪었지만 자신의 매장을 갖는데 성공했고 지금은 월 8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님에게 초기 자본을 신세 지는 경우도 많다. 정부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청은 저신용 무점포 자영업자에게 300~500만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런 통로를 통해 정부지원금을 이용할 수 있다.

20대들의 경우 창업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최근 자본금이 거의 들지 않는 온라인 쇼핑몰 분야의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쇼핑몰에 집중되는 것은 문제다. 이미 쇼핑몰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일부 쇼핑몰의 대박에 현혹돼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년창업의 경우 아이템선정에 있어서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혁신적이거나 기존의 것에 업그레이드된 아이디어 비지니스를 사업화해 창업해야 한다.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인턴 등을 통해 창업하려는 분야의 경험을 쌓고 노하우를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청년들의 창업에 대한 욕구나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선진국의 경우 청년창업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반면 우리나라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중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IT산업의 발달로 기업 취급구조가 조직체에서 개인 기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자금이나 프로그램을 통한 청년창업의 지원이 증가할 것이고 이는 청년들의 창업에 대한 도전의지를 높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20대의 도전은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고취시키고 동기부여를 이끌어 내야한다. 성공과 행복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 있다면 ‘20대 사장님’은 30년 후에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oas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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