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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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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인사 무렵 집에 놓고 가”… 방일중 韓청장 “사실무근”
검찰 “인사청탁 위한 뇌물 가능성… 조만간 수사착수”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모(50) 씨가 고가의 그림을 최근 미술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과 그림의 출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씨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그림의 출처에 대해 “남편이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초 한상률 현 국세청장 부인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2007년 초, 1급 인사가 있을 무렵 당시 국세청 차장이던 한 청장의 부인 김모 씨가 전화를 걸어 ‘집에 좀 다녀가겠다’고 한 뒤 찾아와 그림을 하나 놓고 갔다”며 “김 씨가 ‘좋은 그림이니 잘 간직하시라’고 했지만 그저 선물 정도로 생각하고 받아 보관하다가 최근 매물로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문제의 그림이 인사청탁 뇌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인사철에 고위 공직자가 상급자에게 고가의 선물을 전달했다면 뇌물이라고 보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평소 알고 지내던 서울 종로구 G갤러리의 홍모 대표에게 문제의 그림인 최욱경 화백의 ‘학동마을’의 판매를 의뢰하며 작품을 건넸고,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정식으로 판매 위탁 약정서까지 작성했다.
미술계에서는 이 그림이 현재 2000만∼3000만 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남편의 재판이 길어지면서 변호사 선임료로 큰돈을 썼다”며 “형편이 어려워져 팔아야겠다고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청장은 2006년 당시 정상곤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현금 7000여만 원과 1만 달러를 상납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한편 이 그림은 2005년 5월 서울 종로구 K갤러리에서 열린 ‘최욱경 20주기 회고전’에 전시된 바 있다.
K갤러리는 2004년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았으며, 한 청장은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국장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개국 국세청장 회의 참석차 일본 교토(京都)에 머물고 있는 한 청장은 이날 밤 숙소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고가의 그림을 선물했다는 의혹에 대해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나와 전 전 청장은 부부를 포함해 단 한 번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교토=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