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원 등 5,6명에 박연차씨 거액 전달”

  •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4분


검찰, 2006~2007년 포괄적 로비자금 여부 조사

朴씨 “휴켐스 인수위해 정대근씨에 20억” 일부시인

朴씨 소환조사… 오늘 영장 방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 때 유력 인사였던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과 고위 공직자 등 5, 6명에게 거액을 건넨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검찰은 박 회장이 이들에게 건넨 돈이 불법 정치자금이거나 사업상의 편의를 바라는 포괄적인 성격의 로비 자금인지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노무현 정부 후반기인 2006, 2007년 박 회장이 자신의 계좌에서 뭉칫돈을 집중적으로 인출한 특정 시기에 20여 명의 여야 의원과 장관 및 청와대 고위 인사들과 자주 만난 사실을 파악했으며 이 가운데 금품 수수 의혹이 짙은 인사들을 선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10일 오전 8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중수부에 출석해 오후 11시까지 15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박 회장은 귀가하면서 “앞으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홍콩법인 배당수익금과 관련한) 탈세 부분은 조세법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휴켐스 인수를 위해 20억 원을 정대근 전 농협회장에게 건넨 혐의 △홍콩법인 배당수익금에 대한 200억 원대의 소득세를 포탈한 혐의 △세종증권 및 휴켐스 주식 매매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 등에 대해 조사했다.

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휴켐스를 인수하기 6개월 전인 2006년 1월 정 전 회장에게 건넨 20억 원의 성격에 대해 ‘휴켐스를 꼭 인수하려는 뜻에서 건넨 것이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면 정 전 회장의 뇌물수수 금액은 세종증권 인수 로비 때 받은 50억 원을 포함해 모두 70억 원이 된다.

최재경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박정식 중수2과장과 소속 검사 3명이 박 회장을 조사했다”며 “박 회장은 조사에 협조적이었으며 자신의 입장을 명백하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11일 박 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조세포탈,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경남 김해와 진해의 부동산을 넘겨받은 K사 등 2곳의 시행사가 300억 원대의 이익을 남긴 것과 관련해 박 회장이 이들 회사를 사실상 소유하고 불법 이득을 취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정산개발에 대한 배임, 횡령 혐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세종증권 매각 로비와 관련해 농림수산식품부 정모 본부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를 10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정 본부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농림부를 상대로 한 세종증권 매각 관련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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