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1월 28일 20시 4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 헬기는 매달 한 차례 경북 울릉군 북면의 나리분지에 주둔 중인 공군 레이더기지의 장병들에게 의식주와 시설물 유지에 필요한 물품들을 보급한다.
독도를 제외한 국토의 가장 동쪽에 자리한 이 기지의 정식명칭은 공군 제30방공관제단 예하 제8355부대.
2001년 7월 창설된 이 기지는 서해 상공을 감시하는 백령도 레이더 기지와 함께 동해 영공을 24시간 지키는 공군의 핵심전력이다. 기지 상주병력은 약 100여명.
대대본부에서 레이더 장비가 설치된 해발 968m 천두산 정상까지 1.3㎞ 구간은 12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했다.
기지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된 케이블카는 45m 높이의 철탑 2개에 연결된 케이블에 의지해 매일 두 차례씩 병력과 물자를 싣고 70도의 경사구간을 따라 산 정상을 오르내린다.
산 정상에 설치된 철제 대형돔 안으로 들어서자 높이 7m, 무게 7t에 달하는 최신형 장거리 대공레이더(AN/FPS-117 E1)가 웅웅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다.
한 층 아래 기지 상황실의 화면들에는 레이더가 포착한 수백 개의 항적들이 쉴 새 없이 깜빡거렸다. 최대탐지거리가 약 460㎞인 이 레이더는 동해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은 물론 일본의 서남부 상공까지 모든 항공기를 탐지 추적할 수 있다.
KADIZ는 영공 외곽의 일정지역 상공을 따라 선을 그은 구역으로 다른 국적의 항공기가 진입하려면 반드시 해당국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준(準) 영공이다.
레이더의 탐지정보는 해저광케이블과 위성통신으로 오산과 대구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2005년 일본 정찰기가 독도 영공에 접근하자 공군이 즉각 상황을 파악하고 경고방송으로 회항시켰을 때도 이 기지의 역할이 컸다.
울릉도의 근무여건은 결코 녹록치 않다. 변덕스런 해양성 기후 탓에 맑은 날이 연간 50여일에 불과하고, 여름에는 낙뢰, 겨울에는 폭설이 잦다.
50년만의 폭설이 내린 올해 초에는 적설량이 4m가 넘어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돼 산 정상의 근무 장병들이 짧게는 1,2일 길게는 5일간 고립되기도 한다.
레이더 지원병인 연응준(23) 병장은 "잦은 강풍으로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될 때도 많아 근무자들은 고립 상황에 대비해 항상 여벌의 속옷과 양말을 준비한다"며 "산 정상의 상황실에는 최소 10여일치의 비상식량도 비치돼있다"고 말했다.
장병들은 지상에서 100m 높이의 케이블카의 고장 사고에 대비해 매년 울릉소방서와 함께 비상탈출훈련을 실시한다.
오지라는 힘든 여건임에도 이 기지에 근무하는 장교와 부사관은 80%, 병사는 50%가 울릉도 근무를 자원했다. 부대원들은 "사시사철 울릉도의 비경을 보면서 동해 상공을 최전선에서 지킨다는 '천리안'으로서의 자부심으로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