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현대사 특강’ 첫날 곳곳 시끌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3시 00분


가로막힌 특강 강사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하는 ‘우리 역사 바로 알기 특강’이 처음 열린 27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덕여상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노조원들이 특강 강사인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가 탄 차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김미옥  기자
가로막힌 특강 강사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하는 ‘우리 역사 바로 알기 특강’이 처음 열린 27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덕여상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노조원들이 특강 강사인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가 탄 차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김미옥 기자
특강강사 “박정희 경제 발전 업적 인정을”

전교조 “일방적 사관 강요” 저지 몸싸움

서울시교육청이 좌편향 교과서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겠다며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 역사 바로 알기 특강’이 첫날부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충돌 사태를 빚었다.

시교육청은 27일 오전 성덕여상 효문고 대동세무고 등 3개 학교에서 첫 특강을 열었다.

전날부터 특강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강동구 천호동 성덕여상 앞에서 “이번 특강은 중립적인 역사교육이 아니라 일방적인 사관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특강 강사인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의 학교 진입을 막았다.

경찰의 도움으로 10여 분 만에 학교에 들어간 이 대표는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대한민국은 외세가 개입해 세워진 나라가 아니라 당시 세대가 선택한 결과였다”며 “통일도 당위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인 만큼 통일이 ‘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우리가 북한을 도와줄 때 반드시 북한이 시장경제를 도입해 통일비용이 줄어드는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3학년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강의가 끝난 뒤 박수지(18) 양은 “통일이 절대 선(善)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사실을 배우게 됐다”며 “강사가 자기주장만 강요하지 않고 반대 주장도 있다는 사실을 언급해 균형감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하(18) 양은 “북한 주민도 동포인데 도와주지 말자는 것인지 당황스럽고, 경제발전을 위해 민주화를 희생한 것에 대한 평가도 평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도봉구 쌍문동 효문고에서 열린 특강에서는 강사와 전교조 교사들 사이에 말싸움이 벌어졌다.

강사인 강위석 전 중앙일보 고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는 했지만 경제 발전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자 전교조 교사들이 “왜 독재의 밝은 면만 부각하고 어두운 면은 감추려 하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에서 ‘우편향’ 논란이 있었지만 분명 상식적인 수준의 강의가 진행됐다고 평가한다”며 “28일에도 인창고, 상명대부속고, 창문여고, 신현고, 강서공고 등에서 현대사 특강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특강이 중단될 때까지 특강이 열리는 학교 앞에서 저지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영상취재 :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김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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