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이 상황실서 수류탄 훔쳐 투척”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3시 00분


軍 “GP사고 자백… 복무 힘들었다고 진술”

상황실 근무태만-가혹행위 있었는지 조사

군 당국은 강원 철원군 육군 모 부대의 최전방 감시초소(GP) 내무실에서 발생한 수류탄 폭발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사고 GP 소대의 황모(20) 이병을 27일 긴급 체포했다.

▽체포 경위=육군 관계자는 이날 “육군 수사본부가 황 이병을 유력한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다”며 “황 이병이 수사관들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 수사본부는 폭발 수류탄의 탄통을 감쌌던 진한 녹색 테이프가 황 이병의 관물대 근처에서 발견됐고, 사건 현장에서 수거된 수류탄의 안전손잡이 등에서 황 이병의 지문이 확인돼 경위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조사결과 황 이병은 23일 밤 12시쯤 GP 외곽의 경계초소 근무를 마치고 상황실에 들러 간이탄약고에 있던 이모 이병의 탄통에서 몰래 수류탄을 갖고 나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황 이병은 내무실에 누워 다른 병사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수류탄의 안전핀과 안전고리를 뽑은 뒤 내무실 출입구 쪽으로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육군 수사본부는 황 이병에 대한 보강수사를 거쳐 28일 6사단 보통검찰부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범행 동기=황 이병은 조사에서 “GP 근무가 힘들고 GP시설 개선공사가 힘들었다. 선임병과의 관계도 힘들었다”고 진술했다고 육군은 밝혔다. 황 이병은 또 선임병들의 구타나 가혹행위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답했다고 육군 관계자는 전했다.

수사본부는 동료 병사들이 집단 따돌림이나 가혹 행위를 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계자는 “7월 입대한 황 이병이 외부와 고립된 GP 근무를 힘들어했고 이에 따른 ‘복무 부적응’이 범행 동기로 추정된다”면서도 “황 이병의 진술이 오락가락해 정확한 동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 당국은 황 이병이 상황실에서 수류탄을 빼낼 때 다른 병사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눴다고 진술함에 따라 당시 상황실 근무자들의 복무실태에 대해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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