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주 사기-배임 혐의 구속…“다복회에 중산층 계원도 많아”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돈 못받으면 바닥 추락할 사람도 있어

계주 신격화… 달라는 대로 돈 넣었다”

미국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상대로 하숙을 치며 모은 돈 2억 원을 다복회 곗돈으로 모두 부은 미국 교포 여성 A 씨. 그는 요즘 주변 사람과 말도 잘 안 하는 등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그는 “유방암수술 비용이 비싸 두 달 전 한국에 온 뒤 계주 잠적 소식을 들었다”며 “지금은 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경찰서만 오락가락하는 신세”라고 밝혔다.

‘강남 귀족계’로 알려진 다복회는 ‘부유한 고위층 유명 인사들의 모임’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중산층 수준의 자산과 소득을 가진 계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복회 계원들은 13일 피해자 대책회의를 가진 뒤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유명 인사는 다복회 계원 중 빙산의 일각”이라며 “계원 중에는 남편이 알면 쫓겨나는 사람도 있고 돈을 받아내지 못하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모임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고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계원은 “재테크 수단으로 계모임을 하는 것은 강남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3개 이상 계에 동시에 든 사람도 주변에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계모임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보장되는 ‘낙찰계’에는 계원들이 몰리고 있다.

계원들이 합의한 순서대로 돈을 타는 상부상조형계와 달리 낙찰계는 경매 형식으로 진행된다. 경매에서 최고 낙찰가를 부르는 사람이 물건을 가져가듯 매월 이자를 높게 부르거나 탈 곗돈을 적게 적어내는 계원이 먼저 곗돈을 타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후순위 계원은 시중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율로 수익을 얻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낙찰계는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금액도 몇 년 전보다 최근 더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부자들이 세금 걱정 없이 돈을 굴리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최근 불황으로 주식과 은행 등 제도권 금융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계모임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낙찰계는 비싼 이자를 약속하고 선순위로 돈을 타가는 사람이 곗돈을 붓지 않고 잠적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위험성도 크다. 또 상대적으로 복잡한 계산 방식 때문에 계원이 늘어날수록 계원들은 계주 말만 믿고 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 돈을 못 받고 있는 다복회의 한 계원은 “일부 계주 측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계원은 계주를 신격화하고 사금고처럼 생각해 달라는 대로 돈을 넣었다”며 “계가 이대로 무너지면 ‘극단적인’ 행동에 나설 계원이 수두룩하다”면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14일 다복회 계주 윤모(51·여) 씨를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

또 경찰은 이날 증거물 확보를 위해 윤 씨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과 강남구 도곡동 W음식점, 논현동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와 함께 다복회 공동계주 박모(51) 씨가 윤 씨와 공모해 다복회를 흔들고 다복회 관련 자료를 모두 갖고 잠적했다는 계원들의 주장이 잇따르면서 박 씨의 서초구 양재동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결과 일부 계원 명단과 관련 서류들은 확보했지만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며 “이미 누군가 자료를 빼돌린 것 같다”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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