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사람/산악박물관 개관 원로 산악인 안흥찬 씨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6시 14분


제주 원로 산악인 안흥찬(78·사진) 씨가 산사나이로 살아온 흔적과 발자취를 담은 산악박물관을 8일 개관했다.

산악박물관은 제주시 연동 안 씨의 자택 마당에 지상 2층, 연면적 200m² 규모로 만들어졌다. 자신의 호를 따서 ‘소산(素山) 산악관’으로 명명했다.

안 씨는 1954년 한라산이 개방된 이후 본격적으로 산행에 나섰다. 박물관에는 안 씨가 사용한 버너와 코펠, 미군이 쓰던 반합과 설피, 의류 등 손때 묻은 등산장비가 전시됐다.

한국서화작가협회의 초대작가인 그가 그린 한라산 수묵 풍경, 신문지로 빚어낸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등의 작품도 있다.

50여 년 동안 한라산을 1000회 이상 오른 안 씨는 올 1월 마지막 등산을 했다.

안 씨는 “공공기관이 박물관을 만들면 모두 기증하려고 모아뒀는데 움직임이 없었다”며 “산악인생을 정리하고 다 닳은 등산장비를 통해 제주산악사를 보여주려고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의 발자취는 제주 산악의 역사가 됐다. 한라산에서 등산객 조난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1961년 제주적십자사 산악안전대를 조직해 등산로를 만들었다.

제주산악회 창립(1964년), 한라산철쭉제 개최(1967년), 한국산악연맹 제주도연맹 가맹(1969년) 등 제주 산악사의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안 씨는 “한라산을 부모와 스승처럼 받들고 때론 연인처럼 지내며 해로했다”며 “고상돈 오희준 씨 같은 세계적인 산악인을 배출한 제주 산악계의 자료보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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