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고생 책상 앞에는 오래 앉아 있지만…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학습 효율성 OECD 30國중 24위

입시위주 공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

전문가 “대학 진학후 창의적 수업 적응 못해”

서울의 한 외국어고 2학년 이모(17) 양은 29일 평소처럼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저녁을 먹고 학원으로 직행했다. 학원이 끝나면 독서실로 가 자정이 지나서야 집에 오는 그는 하루 평균 13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이 양은 “다른 생각을 하거나 멍하게 있을 때가 많지만 책상 앞에 있지 앉으면 왠지 불안하다”며 “지금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대학 가서는 공부할 의욕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 공부 잘해도 학습 효율성은 하위권

한국 중고교생들이 공부는 많이 하지만, 투자 시간에 비해 효율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9일 “15세 학생들의 ‘학습효율화지수’를 비교한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한국은 24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습효율화지수는 OECD가 회원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를 조사해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PISA 점수를 학습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PISA 2006’에서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30개국 중 종합 2위에 과목별로 읽기 1위, 수학 2위 등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학습효율화지수에서는 OECD 평균 72.1점보다 낮은 65.4점을 얻어 24위에 그쳤다.

○ ‘study hard’ 대신 ‘study smart’

전문가들은 “초중등 교육 단계에서의 과도한 투자와 대학 진학형 공부 등 ‘저효율성’ 학습은 결과적으로 경쟁력 약화와 창의성 부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재미 교육학자인 김승기 씨의 미국 컬럼비아대 박사논문 ‘한인 명문대생 연구’에 따르면 1985∼2007년 하버드대 등 미국 14개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 학생 1400명 중 졸업생은 56%인 784명이고 나머지는 중간에 학업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학생들은 대학 진학 전에는 모든 시험 점수가 우수하지만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대학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직업능력개발원 진미석 박사는 “그동안 ‘선진국 추격형’ 경제에 맞는 중급 인력의 대규모 양성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선도형’ 경제에 맞는 혁신주도형 인재양성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창의적이고 현명한 공부가 필요하다. 고려대 홍후조(교육학) 교수는 “우리 교육은 기초를 쌓아야 할 시기에 시각과 청각을 혹사시키는 공부만 하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면서 “열심히 공부하는(study hard) 것보다 현명하게 공부하는(study smart)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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