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학업성취도 평가에 반발…전교조 교사가 문제 내서 풀게 해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체험학습 버스 막아선 학사모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학부모단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회원들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반대해 체험학습을 떠나려는 일부 학생에게 학교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체험학습 버스 막아선 학사모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학부모단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회원들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반대해 체험학습을 떠나려는 일부 학생에게 학교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 교사 6명 평가 무력화

전국 학생 188명 거부 동참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교 1학년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첫날 시험이 14일 전국 1만1080개 학교 201만7573명을 대상으로 대체로 무난히 치러졌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188명의 학생이 시험을 거부했고 서울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교사 6명이 시험을 파행적으로 치르거나 학생들의 평가거부를 유도한 사실이 드러나 교육당국이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교사들이 평가 거부 유도=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130명, 중학교 3학년 7명 등 137명이 시험을 거부했다.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지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 선사초등학교 송모 교사는 담임을 맡고 있는 31명의 학생에게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배포한 문제 대신 자신이 직접 만든 문제로 시험을 치르게 했다.

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조사반을 급파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송 교사의 ‘평가 무력화’ 행위가 확인될 경우 중징계할 방침이다.

교과부의 지침에 따르면 이번 평가를 파행으로 이끈 교사는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한 행위로 인정해 최고 파면까지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무더기 시험 거부 사태가 발생한 서울 구산초등학교(20명)와 거원초등학교(8명)는 일부 담임교사가 시험을 치르기 전 학부모들에게 ‘평가 동의서’를 보내 시험 불참을 유도한 것으로 확인돼 이 교사들에 대해서도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국가 수준의 평가에 교사들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어기고 학생들의 시험 거부를 유도한 것은 명백한 징계사유”라고 밝혔다.

▽교장이 체험학습 승인한 듯=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시험을 거부한 학생이 비교적 적었다.

전북은 초등학교 6학년 5명, 중학교 3학년 11명 등 16명이 시험을 거부했다. 또 △충북 대구 각 9명 △경기 5명 △광주 4명 △강원 경북 경남 각 2명 등이었다. 서울을 제외할 경우 초등학교 6학년 21명, 중학교 3학년 23명, 고교 1학년 7명 등 51명이 시험을 거부했다.

이 가운데는 교과부의 지침을 어기고 시험 당일 체험학습을 떠나는 것을 승인해 준 전북의 중학교 교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는 해당 학교장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문제가 있을 경우 징계할 방침이다.

한편 학부모 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이번 성취도평가에서 ‘평가 무력화’를 시도한 교사를 찾아내 명단을 공개하고 ‘교단 추방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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