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유비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한 적 없다”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7시 10분


“유비와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하지 않았단 말인가요?”(독자 A 씨)

“정사(正史) 그 어디에도 도원결의를 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의형제라고 언급을 한 대목도 없고요. 관우가 장비와 함께 유비를 호위한 기록은 정사 관우전에 보입니다만….”(역자 김원중 교수)

“에이, 그럴 리가….”(A 씨)

충남 논산의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김원중(45·사진) 교수는 지난해 3월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국내 최초로 완역해 펴낸 이후 독자와 곤혹스러운 e메일을 종종 주고받는다. 항의로 이어지는 문의가 적지 않아 삼국지 정사를 펴낸 뒤 오히려 소설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조조에게 잡혔던 관우가 조조를 떠날 때 다섯 관문을 지나면서 장수 6명의 목을 베었다는 소설의 내용이 정사에도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문의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조조는 이미 관우가 자신에게 마음이 없음을 알고 ‘사람은 각자 주인이 있으니 뒤쫓지 말라’며 유비에게 가도록 두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장수들이 조조의 명령을 위반해 관우를 잡으려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제갈량이 신출귀몰한 군사 전략가는 아닌 것으로 정사가 묘사한 데 대해 일부 독자들은 분개하기까지 한다.

유비에 대해서도 소설과 달리 냉혹하게 묘사된 부분을 두고 일부 독자들은 “유비가 절대 그럴 리 없다. 당신 돈 벌려고 그렇게 번역한 것 아니냐’고 심하게 몰아붙이기도 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는 “독자들이 오랫동안 소설 삼국지를 접해 오면서 워낙 주인공들에 매혹되다 보니 정사를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정사를 참고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1일에는 한 방송사 퀴즈 프로그램 작가가 “퀴즈를 내려고 한다”며 제갈량이 맹획을 7번 잡았다가 7번 놓아주었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이 정사에도 있는지 전화로 물어왔다.

고전 번역자 겸 작가인 김 교수는 최근 사기열전을 토대로 ‘사마천의 생각경영법 2천년 전의 강의’를 강성민 전 교수신문 편집국장과 공동으로 펴냈다.

김 교수는 1989년 중국어 허사사전을 펴낸 뒤 최근까지 2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사기열전’을 비롯한 대부분의 번역 및 저서가 스테디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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