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간부들, 주경복후보에 3억 빌려줘

  • 입력 2008년 10월 2일 03시 26분


13명이 개인명의로… 공금일땐 선거법 위반

당사자들 “친분있어 빌려준게 왜 문제되나”

檢, 전교조 선거비용 지원의혹 수사착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7월 30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 주경복(건국대 교수) 후보에게 선거비용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전교조 간부들이 3억 원대의 돈을 주 후보에게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1일 주 후보 측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선거비용 지출명세’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교조 간부 13명이 주 후보에게 3억1250만 원을 빌려준 것으로 분석됐다.

주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은 32억3088만 원이며 수입 11억6000여만 원 중 9억9860만 원을 개인들에게 빌렸다고 신고했다.

그는 나머지 비용은 (선거 후 변제할) 미지급금 21억여 원과 개인 재산 1억 원, 기부금 등이라고 신고했다.

후보는 교육감 예비후보 당시인 6월 12일 윤희찬 전교조 서울지부 총무국장에게서 5000만 원을 빌려 선거사무소 임차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후 윤 국장에게서 1억 원을 더 빌렸다.

또 이을재 전교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3회에 걸쳐 7000만 원,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선거를 이틀 앞둔 7월 28일 2000만 원을 각각 빌려줬다.

전교조 본부에선 박정훈 교육선전실장이 600만 원, 최은영 편집실 총무실장이 300만 원, 이경희 연대사업국장이 100만 원을 각각 빌려줬다.

다른 지방 지부장 등도 선거비를 빌려줬다. 정근식 경북지부 사무처장 1150만 원을 비롯해 △권영주 대구지부장, 문태호 강원지부 대변인, 엄민용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 이현숙 부산지부 수석부지부장이 각각 1000만 원 △구신서 전남지부장 600만 원 △김상열 충북지부장 500만 원 등이다.

이에 대해 이을재 조직국장은 “소속 단체를 떠나 개인적 친분이 있어 돈을 빌려줬다”며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라 확신했기 때문에 은행 등에서 빌렸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날 “선거법을 확인하고 빌려준 것인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자금 담당이 비용을 처리해 아직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일반 개인 중에는 S대 P교수가 1억 원,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P지부장 7000만 원, D대 C교수가 5000만 원을 빌려줬다.

선거자금을 빌리는 것은 개인 간 채무행위로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아 선거법상 제한은 없다. 그러나 빌려준 돈이 개인 돈이 아닌 전교조 공금일 경우 선거법 위반이 된다.

교육감선거에선 15% 이상 득표할 경우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어 주 교수(38.31% 득표)는 선거비용을 보전받는다.

이에 앞서 조전혁(한나라당) 의원은 8월 13일 사회디자인연구소가 주최한 서울시교육감 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전교조 한만중 정책실장이 “전교조가 선거비용의 70%를 지원했다”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조 의원의 수사 의뢰에 따라 이날 이 사건을 공안1부(부장 공상훈)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기록 검토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이날 조 의원과 토론회 참석자 등을 불러 조사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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