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英서 공연마친 대구시립무용단 최두혁 예술감독

  • 입력 2008년 9월 10일 05시 51분


“한국무용으로 태어난 햄릿

세계무대서 인정받아 뿌듯”

“현지 공연 마지막 날, 관객들의 환호와 기립 박수 속에 단원들과 눈시울을 붉히며 가슴 벅찬 순간을 나눴죠. 한국적인 현대무용이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31명의 단원과 스태프를 이끌고 ‘2008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뒤 최근 귀국한 대구시립무용단 최두혁(42)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는 9일 여전히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이같이 말했다.

최 감독은 “이번 축제 기간에 현지의 공연 기획자에게서 ‘내년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제의도 받았다”며 “우리 단원들의 열정과 예술성이 유럽 무용계를 사로잡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시립무용단은 지난달 11일부터 23일까지 영국의 에든버러 로켓 베뉴 극장에서 13번의 정기공연과 20여 회의 거리공연 등을 선보였다.

무대에 올린 작품은 ‘햄릿 에피소드’. 영국이 낳은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무용으로 새롭게 각색한 것으로 공연 시간은 60분.

그는 “원작 속에 숨어 있는 인물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재구성한 뒤 각 등장인물의 시각을 통해 이들이 부닥치는 사건의 이미지를 빠르고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작품을 비극성과 희망적인 메시지로 엮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축제 기간에 가장 흥미로운 공연으로 꼽혀 현지 언론과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에든버러 현지의 한 신문은 이 작품에 별점 다섯 개를 매긴 뒤 “관객의 눈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이 공연은 빠르고 생동감 있는 연출을 통해 햄릿이 부활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무대 연출이 뛰어났고 무용수들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평했다.

대구시립무용단원들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책자 3000여 권을 현지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한국과 대구를 잘 알지 못하던 영국인들이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다고 하자 관심을 보였죠. 작품 홍보를 위해 거리공연을 하면서 틈틈이 육상선수권대회 개최 내용이 담긴 홍보책자를 각국에서 온 관객들의 손에 쥐여주고 왔습니다.”

그는 “단원들이 거의 매일 비를 맞아가면서 거리 공연을 하고 식사도 제때 못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단원들이 너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62회째 열린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연극 영화 무용 음악 등 예술의 전반을 아우르는 지구촌의 예술축제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최 감독은 “대구학생문화회관에서 10일 오후 공연관람 체험학습에 나서는 지역 중고교생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지역 무용인들의 활동에 시민들이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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