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전용차로 시범운행 경부고속도 가보니…

  • 입력 2008년 8월 20일 20시 41분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 남단에서 오산IC에 이르는 44.8㎞ 구간에 대한 평일 버스전용차로제 시행 첫날인 7월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인근 버스전용차로와 일반차로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 남단에서 오산IC에 이르는 44.8㎞ 구간에 대한 평일 버스전용차로제 시행 첫날인 7월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인근 버스전용차로와 일반차로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월요일인 18일 오전 7시 반. 판교신도시를 가로지르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는 진입조차 어려울 정도로 차량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경부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판교 나들목으로 향하는 출근길 승용차와 버스들.

중간에 용인에서 올라오는 차량까지 합류하면서 도로 전체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요금소까지 2㎞ 남짓한 거리를 가는데 걸린 시간은 20여 분. 비까지 내린데다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 중인 평일 버스전용차로제 때문에 판교 나들목 주변 정체가 훨씬 심해졌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승용차들은 말 그대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반면 전용차로의 버스들은 30~40㎞의 느린 속도지만 막힘없이 달렸다. 나들목을 나온 버스들은 전용차로로 진입하기 위해 승용차 사이를 뚫고 급차선 변경을 반복했다.

정체를 견디다 못한 승용차와 화물차들이 전용차로로 끼어드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이 같은 현상은 '달래내' 고개를 넘어 양재, 서초 나들목을 지날 때마다 반복됐다. 일반 차로를 이용해 한남대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40분. 분당에서 한남대로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날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정체는 10시가 훨씬 넘어서야 풀렸다.

용인에서 분당을 거쳐 강남역으로 향하는 1005-1번 운전기사 정모(55) 씨는 "오늘 비가 와서 그런지 끼어드는 승용차들이 많았지만 버스는 전용차로 시행 전보다 15분 이상 빨리 도착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아닌 저속도로"

용인시 수지구에서 서울 종로구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이민혁(40) 씨는 평소 오후 7, 8시경이던 퇴근 시간을 1시간 이상 늦췄다.

버스전용차로제 실시 이후 경부고속도로 하행선과 연결되는 한남대교 주변 지역의 정체 때문이다.

이 씨는 "6시 전에 출근해 아침에는 괜찮은데 퇴근할 때는 고속도로에 올라탈 수가 없는 상태"라며 "아예 퇴근 시간을 늦춰서 9시 쯤 회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곳 뿐 아니라 평일 버스전용차로제가 적용된 전 구간에서 일반 차로의 정체가 심해졌다.

전용차로의 경우 실시 전에 비해 평균 5㎞ 빨라진 반면 일반 차로는 8㎞ 가량 느려졌다.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도 발생했다. 반포 나들목의 경우 고속버스들의 급차선 변경이 문제가 됐다. 전용차로를 최대한 이용하다 고속버스터미널로 빠지려는 버스들이다.

하행선 수원~기흥 나들목 구간에서도 예상치 못한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이 구간의 일반 차로 통행속도는 93㎞에서 71㎞로 추락했다. 전체 구간 가운데 속도가 가장 느려졌다.

수원시와 화성시 기흥 지역에는 삼성전자 등 대형 사업체가 몰려 있다. 화성시 동탄신도시 주민들도 기흥 나들목을 이용한다.

경기도 김대호 교통개선과장은 "수원나들목 등의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연결도로의 가로변 버스차로제 등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버스 승객에겐 좋아"

평일 버스전용차로에 대한 찬성 의견도 많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분당에서 광화문을 오가는 9000번 버스를 모는 심원길(54) 씨는 "대(大)를 위해서는 소(小)를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단속 시작하고 버스가 빨라지면 승객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배모(38) 씨는 "가뜩이나 고유가 시대인데 버스 승객들을 위해서는 분명히 필요한 정책"이라며 "하지만 출퇴근 시간만 실시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예정대로 10월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대신 정확한 실태 조사를 위해 휴가와 방학이 끝나는 9월 초 교통량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도로 개선은 물론 전용차로제 적용 구간과 시간에 대해서도 조정 여부를 검토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일부 구간에 대해서는 정식 운영 전에 개선대책을 모두 완료할 예정"이라며 "버스들의 급차선 변경에 대해서도 과태료 부과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서울시 경기도와 협의해 환승 할인제도를 광역버스까지 확대하고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노선버스도 늘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

이유종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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