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시위 ‘10代 연합’ 해체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싸워 이룬게 뭔가” 시위 효과에 회의론

“관심 끌 만한 사회문제로” 이슈 다양화

광화문 벗어나 파업현장 등 찾아 집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가 100회를 넘어서면서 시위대의 조직이나 이슈 제기 방식에 있어 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이는 갈수록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약해지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이제 안 된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등돌리는 10대 참가자들

17일 ‘미친소를 몰아내는 10대 연합’ 운영자인 ID ‘몽이’는 홈페이지에 ‘10대 연합 해체 및 카페 폐쇄’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그는 이 글에서 “미국산 광우병 소 수입에 반대하러,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하러, 이명박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러 모인 우리들의 목표는 이명박 퇴진이었다. 이제 100일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가 숱하게 싸워 이루어 낸 게 무엇인가”라며 시위의 효과에 대해 회의론을 제기했다.

10대 연합은 첫 집회인 5월 2일 청계광장 모임을 주도했던 중고교생들이 만든 단체로 1회부터 최근 100회 집회까지 꾸준히 시위에 참여해 왔다. 이들은 학생 신분임에도 72시간 집중 집회는 물론 물대포 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회원이 750명에 이르던 이들은 초기 시위 현장을 이끈 중고교생 그룹을 대표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이들의 해체에 대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어린 나이에 고생할 학생들의 형편에서는 최선”이라는 동정론과 함께 ‘패배주의’라고 비판한 글도 상당수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10대 연합의 운영진 같은 사람들이 늘면서 집회 참여자가 줄기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직화에 치중” 주장도

최근 시위 참가자 수가 줄면서 시위 장소와 이슈가 다양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17일 서울 광화문이 아닌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대책회의 측은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기륭 노조원의 승리를 위한 촛불 문화제”라고 소개했다.

지난달부터 ‘공영방송 사수’를 기치로 모이고 있는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이어 두 달 넘게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에까지 시위의 무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 이달 15, 16일에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서울 명동성당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책회의는 100회 집회를 맞아 발표한 15일 ‘국민선언문’에서 “대운하 추진, 공교육 파탄 등 민생파탄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촛불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며 현안별 투쟁방침을 분명히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다른 사회 문제로 시위가 옮겨가고 있다”며 “경찰의 원천봉쇄로 광화문 부근과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기 어려워진 것도 장소가 바뀌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시위 참여자가 줄면서 조직화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8일 아고라에 글을 올린 ID ‘시인의 마음’은 “시위의 집회장소가 원천 봉쇄된 데다 수적 열세, 정보력 열세, 대학생 참여율 저조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D ‘행당불패’도 “지금까지 시위현장에 나오지 않았던 전대협 출신 동지들과 한총련 후배들이 다음 주부터 투쟁하기로 결의했다. 오프라인의 조직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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