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조선 중앙 광고 끊어라” 조직적 공세

  • 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7분


16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일부 시위대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사옥으로 몰려와 외벽과 유리문에 ‘OUT 조중동’ 등이 적힌 스티커를 무더기로 붙였다. 이들은 촛불을 흔들면서 “동아일보 폐간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영대  기자
16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일부 시위대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사옥으로 몰려와 외벽과 유리문에 ‘OUT 조중동’ 등이 적힌 스티커를 무더기로 붙였다. 이들은 촛불을 흔들면서 “동아일보 폐간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영대 기자
일부 좌파세력, 쇠고기 보도 문제삼아 ‘광고주 협박’

이름-전화번호 인터넷 올려 “숙제하자” 선동

하루에 700통 전화 걸려와 업무 마비되기도

광고 크기까지 콕 집어 일정한 시간에 항의

기업측 “전화부대가 매뉴얼따라 움직이는듯”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3대 메이저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이나 단체를 상대로 한 일부 반(反)정부 좌파 세력의 압력과 협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익명의 그늘’에 숨어 주류(主流)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기업 등의 홈페이지를 공격하거나 조직적인 협박전화 등을 통해 정상적 업무를 방해해 왔다.

언론자유와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사실상의 ‘광고 테러’에 대해 좌파 언론운동세력 및 일부 언론매체는 ‘새로운 시민운동’이라고 치켜세우는 실정이다.

○ 전화, 인터넷 통해 광고주 협박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과장, 왜곡 보도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MBC ‘PD수첩’은 지난달 27일 3대 메이저 신문을 겨냥해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촛불시위 등에 대해 허위 왜곡 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인 28일 일부 세력이 이번 반(反)정부 시위에 큰 영향을 미친 다음의 온라인 토론방 ‘아고라’에 ‘조중동에 한방 먹일 실천방법’이란 제목의 글들을 올리면서 이들 3대 신문의 광고주들에 협박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다음 관계자는 “PD수첩의 방송 내용이 이런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차 공격 대상은 이동통신업계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었다. 아고라에는 “SK텔레콤은 이용자가 많아 파급력도 크고 전화하기도 쉽다”는 내용과 함께 관련 부서의 전화번호가 올라왔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8일 하루 동안 고객센터 및 홍보팀 등으로 약 700통의 전화가 걸려와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SK텔레콤 측은 “‘조중동에 광고하지 말고, 촛불시위 적극 보도하는 한겨레 경향신문에 광고해라. 그러지 않으면 불매운동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3대 메이저 신문에 광고를 낸 기업에는 거의 예외 없이 협박전화가 걸려오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한 공격도 벌어졌다. 다짜고짜 욕설부터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기업 관계자들은 전한다.

다음의 한 카페에는 매일 협박전화를 할 대상 기업 목록(3대 신문에 광고 실은 기업들)을 ‘숙제’란 제목으로 올리고 있다. 이 카페에서 ‘숙제하자’는 표현은 ‘기업들에 광고 중단 요구 전화 걸자’는 뜻이다.

협박 전화의 피해 대상은 신문 광고를 낼 수 있는 대한민국 기업이나 기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달 3일자에 3대 신문에 ‘고유가 원인의 실상 알리는 의견 광고’를 낸 대한석유협회에도 협박전화가 잇따랐고, 대한항공 홈페이지 역시 ‘동아 조선 중앙에 광고 넣지 말라’는 글로 ‘도배’되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독자들이 많은 3대 신문에 광고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며 원칙론적 자세를 취했다가 이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다음 달 충남 태안군에서 개최되는 ‘에코-힐링(eco-healing) 태안 샌드비스타 마라톤 대회’를 알리는 광고가 3대 신문에 게재되자 태안군청 홈페이지는 “태안으로 휴가도 안 가겠다”는 비난 글로 도배가 됐다.

여행사에 대해서는 “예약했다가 취소해서 영업 방해하자”고 선동하고, 기업들의 부담을 증가시키기 위해 “고객 상담 수신자부담 전화를 이용해 항의하자”는 등의 방법도 소개됐다.

○ ‘전화 부대’ 조직적 동원 의혹

협박전화를 받은 한 대형백화점 직원은 “전화 내용이 비슷해 ‘전화 부대’가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리 준비한 매뉴얼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같은 사람이 기업에 여러 번 협박전화를 거는 일도 적지 않다.

3개 신문에 1, 2단 광고를 주로 싣는 한 결혼정보업체 A 사장은 “목소리로 짐작하건대 5, 6명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업무시간 동안 돌아가며 50여 통의 전화를 걸어와 직원들이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전화 부대’는 매일 아침 8시, 오전 11시, 오후 4시경 등 일정한 시간을 정해 전화를 걸어 “광고하지 말라고 했는데 며칠자 ×면에 왜 ○단 광고 했어?”라며 비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신문 광고국 직원들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까지 상세히 소개하며 “심심할 때마다 전화해서 통신망을 마비시키자”고 선동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우리는 예정된 광고는 그대로 집행한다는 방침인데 특정인 1, 2명이 시간대별로 전화해 ‘삼성의 태도를 분명히 밝혀라’라고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업계 등에서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 무감각한 일부 순진한 누리꾼과 이를 이념적 투쟁에 이용하는 좌파 세력이 묘하게 얽히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온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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