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각자 신청땐 공멸” 20차례토론 끝 ‘윈-윈’합의

  • 입력 2008년 6월 10일 06시 06분


도청 공동유치 ‘숨은 공로’ 안동시 - 예천군 실무자들

“검무산 아래 펼쳐진 들녘을 보면서 얼마나 소원했는지 모릅니다.”

경북도청 이전지로 결정된 경북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는 북쪽으로 검무산(331m)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지난달 중순 도청 후보지 신청을 한 안동시와 예천군 직원들은 휴일이면 검무산에 올랐다. 이들은 1시간가량 걸리는 정상까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이곳으로 도청이 오게 해달라’고 기원했다는 것.

예천군 박재춘(51) 미래전략담당은 “주민들과 함께 산에 오르면서 많이 빌었다”며 “이번 주말에는 좀 가벼운 걸음으로 오르고 싶다”고 좋아했다.

도청 이전 예정지가 안동-예천으로 확정되기까지 숨은 공로자는 이들 지방자치단체의 ‘실무자들’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전지 결정 과정에서 평가단은 안동과 예천의 ‘상생 전략’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안동시와 예천군도 처음에는 따로 이전지 신청을 준비했다.

하지만 실무자들의 판단은 달랐다. ‘제 팔 제 흔들기’식으로 추진하면 어느 곳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조금씩 모였다.

전남도청이 목포와 인접한 무안으로 이전했고, 충남도청이 홍성-예산으로 이전키로 결정한 선례도 연구했다.

안동시 김윤한(49) 균형발전담당은 “예천군 실무팀과 20여 차례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거듭해 공동 신청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풍천면과 호명면 일대는 좋은 자리인데 각자 신청을 하면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었다”고 말했다.

두 지자체의 실무자들은 신청지 용역을 맡은 안동대와 경북도립대 관계자들과 다시 토론을 해 의견을 모은 뒤 단체장들에게 ‘은밀히’ 보고했다.

김휘동 안동시장과 김수남 예천군수는 후보지 신청 직전에 공동 신청을 공개했지만 실은 한 달 전쯤 만나 비공개 합의를 했었다.

김 시장은 9일 “도청이 경북 북부권으로 이전하게 됐지만 이는 안동이나 예천만의 일이 아니라 경북 전체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군수도 “북부지역은 경북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이므로 도청 이전을 계기로 북부권이 살아나는 계기가 되도록 도민들이 응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9일 해당 지역을 ‘도청 이전 예정지’로 지정 고시하는 한편 ‘경북도 사무소의 소재지 변경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와 함께 ‘개발행위 및 건축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 관리해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 방지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김관용 경북지사와 이상천 경북도의회 의장은 이날 공동담화문을 통해 “도청 이전이 ‘웅도 경북’의 자존심과 영광을 찾는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며 “이전을 둘러싼 갈등 대신 도민의 힘을 모아 경북 전체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 인구 2만이상 감소-상권 타격

이전부지 개발해 파장 최소화 부심▼

“도청을 안동-예천으로 옮겨도 대구시가 경북도와 함께 추진 중인 대구 경북 경제 통합 등 상생을 도모하는 분위기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경북도청 이전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구시의 한 간부는 9일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경북도청 이전이 확정된 데 대해 대구시는 일단 원론적이고 신중한 자세다.

도청 이전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경북도와 경제 통합을 통한 광역경제권 구축 등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도청 이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및 인구 감소 대책, 도청 터 개발 방안을 검토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경북도청과 경북지방경찰청, 경북도교육청, 산하 기관 등의 직원 이주로 장기적으로는 주민 2만∼3만 명이 대구에서 경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북도청(대구 북구 산격동) 부근 일대 상권이 위축되고 인구 감소에 따른 세수 및 소비 감소 등으로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경북도가 도청 이전 개발효과에 대한 용역 결과 도청의 대구 소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3678억 원(2000년 기준)으로 도청을 옮길 경우 대구 경제에는 이 정도나 그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마당에 대기업 매출 규모와 맞먹는 도청 이전은 지역 경제계에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도청 이전 후 남는 터 20만7598m²를 개발해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도청 터를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 등 상업적인 용도로 개발하는 데는 부정적이다.

이 땅을 사들여 일부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나머지는 공공기관이나 연구소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현재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도청 터에 대해 도시계획 용도를 변경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대구시 김연수 기획관리실장은 “광주 전남의 경우 전남도청이 목포 인근의 무안으로 이전하면서 광주와 목포 사이에 거대한 대도시 벨트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도청 이전을 대구시와 경북도가 상생하는 기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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