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연합회장 또 ‘돈 선거’ 의혹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7분


檢, 대의원에 5000만원 준 혐의 당선자 수사

회장 예산-인사 등 큰 권한… 선거때마다 비리

화물 운송 사업자 단체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화물차연합회)의 2월 회장 선거 때 금품이 오간 정황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2006년 5월 화물차연합회장 선거 당시에도 금품을 제공하려 한 당선자가 형사처벌을 받았다.

▽수천만 원 건넨 정황 포착=25일 서울동부지검과 화물차연합회에 따르면 2월 1일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A 씨가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에게 수천만 원을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선거를 앞둔 1월 중순 대의원인 대전화물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구모(67) 씨에게 지지를 부탁하면서 50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구 씨는 A 씨가 자신의 사무실에 놓고 간 5000만 원을 되돌려 주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은행 개인금고에 보관해 왔는데 이 돈을 검찰이 최근 압수했다.

검찰은 또 A 씨가 다른 대의원 2명에게 비슷한 액수의 돈을 건네려 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A 씨가 실제로 돈을 건넨 경우가 더 있는지 조사 중이다.

A 씨의 변호인 측은 구 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지역 협회 이사장인 대의원이 회장 선출을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고유 업무이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과 유사한 사례에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전례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아직 검찰이 배임죄가 된다는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2년 전에도 금품 선거=2006년 5월 회장 선거 때도 당시 당선된 S 씨가 인천화물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에게 4000만 원의 금품을 제공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S 씨는 배임증재 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고 상고기한이 지난 뒤 대법원에 상고해 유죄가 확정됐다.

화물차연합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선거에서 금품 제공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는 이유는 회장이 누리는 권한과 혜택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장은 공제조합 직원 640여 명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데다 한 달 판공비가 수천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차연합회는 회원들이 매년 공제조합에 내는 보험료 3300억 원의 일부를 예산으로 사용한다.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받아 예산을 쓰지만 일단 승인받은 예산에 대해서는 회장의 재량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선출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이 16개 시도협회 이사장을 포함해 18명밖에 되지 않아 과반인 10명의 지지자만 확보하면 당선된다는 점도 금품선거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화물차연합회 관계자는 “회장 임기가 3년인데도 2005년 이후 해마다 회장을 새로 뽑는 선거가 실시됐다. 금품 제공 문제로 당선자가 형사처벌을 받거나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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