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차-각목 사라져… 확 달라진 노동절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가족과 함께 축제 한마당축제로 변한 한국노총의 ‘노동절 마라톤 대회’. 1일 참가자들이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가족과 함께 축제 한마당
축제로 변한 한국노총의 ‘노동절 마라톤 대회’. 1일 참가자들이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구호도 질서 정연하게민주노총이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주최한 ‘제118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 현장.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재명 기자
구호도 질서 정연하게
민주노총이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주최한 ‘제118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 현장.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재명 기자
한국노총, 집회 대신 가족마라톤 대회 열어

민주노총 준법집회후 청계천까지 평화행진

폭력과 불법 시위로 얼룩졌던 근로자의 날이 축제로 변했다.

118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1일 전국에서 열린 노동계의 대규모 집회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대학로에서 근로자 7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대회를 열었다. 오후 4시부터는 참가자들이 종로를 거쳐 청계광장까지 3.2km를 행진했다.

대규모 행사였지만 작은 충돌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문화 공연으로 시민의 눈길을 끌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정부 투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율동패의 노래와 춤사위를 통해 정부의 친재벌 정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해학적으로 비판했다.

집회를 지켜본 시민 이미영(31·여) 씨는 “많은 인원이 참여했는데도 질서정연하게 진행돼 보는 사람까지 흐뭇했다. 이념에 상관없이 동참할 수 있는 집회였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행진에도 이어졌다.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쓴 ‘사수대’ 대신 사물놀이패 40여 명이 흥겨운 행진을 유도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참가자들은 줄을 맞춰 구호를 외치며 평화롭게 행진했다. 조형물이 뒤따라 퍼레이드를 연상케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김진혁 조직국장은 “문화공연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시민과 근로자의 날을 함께하고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집회 현장마다 빠지지 않던 진압복 차림의 기동대와 ‘닭장차’를 볼 수 없었다.

경찰은 기동대를 투입하지 않았다. 그 대신 행진로를 따라 2개 중대가 교통을 통제했다. 민주노총도 자체 질서요원 300명을 배치해 행사 진행을 도왔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비정규직 중소하청노동자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절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가족이 손을 잡고 함께 뛰는 축제 한마당이었다.

노동절이 준법·평화 행사로 마무리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노동계가 과격 투쟁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려대 김동원(경영학) 교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과격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대 홍기택(경제학) 교수는 “과격 투쟁으로 목적을 달성하던 시대가 아닌 데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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