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조사 대학-기관 ‘용역비 뻥튀기’

  • 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현직 대학 총장이 학교 박물관장 재직 시절 문화재 조사 용역을 수행하며 14억4500여만 원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문화재 조사용역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2004년부터 2007년 5월까지 문화재청 등을 대상으로 매장문화재 조사 및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문화재 조사 용역비 과다 계상 및 사적 유용 등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22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방의 D대 박물관은 용역을 맡긴 업체에 허위 정산서로 실제 쓴 비용보다 더 청구하고, 경비를 쓰고 남은 수익금을 모아 일부는 직원 상여금 명목으로 나눠주고 23억6000여만 원은 직원 명의 통장에 이체해 ‘비자금’으로 챙겼다.

이 직원은 통장에서 1000만∼5000만 원씩 수시로 현금 인출해 모두 14억4500여만 원을 당시 관장이었던 이 대학 총장 A 씨에게 전달했다.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자 A 총장은 지난해 14억4500여만 원을 ‘간접연구비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문화재 조사용역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A 총장 등에 대해 사립학교법에 따라 신분상 책임을 묻는 등 의법조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교육과학기술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문화재 조사비를 과다 계상해 국고가 낭비된 사례도 허다했다.

옛 건설교통부와 대한주택공사 등 6개 기관은 문화재 조사용역을 발주한 뒤 비용을 정산하면서 B문화재연구원 등 4개 조사기관이 허위증빙자료를 작성해 금액을 과다 청구했는데도 이를 그대로 인정해 23억9200만 원의 재원을 낭비했다.

감사원은 “3만 m² 건설 공사 시 매장 문화재 지표 조사의 의무화와 국토개발사업의 증가로 문화재 조사용역 수요는 급증한 반면 조사인력은 전체 수요의 56%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문화재 조사가 늦어져 공사가 지체되고, 조사용역비를 과다계상하는 등의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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