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여직원이 예금 91억 빼돌려…‘돌려막기’ 하다 들통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어민이 맡긴 90여억 원을 3년 넘게 빼돌려 개인사업에 투자한 수협 여직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 해양경찰서는 28일 거액의 예탁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부산 모 수협 여직원 김모(30) 씨를 구속했다.

횡령 사실을 알고도 눈감아준 전 수협조합장 임모(57) 씨와 상임이사 박모(58) 씨, 지점장 이모(44) 씨 등 5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는 2003년 1월 생활비가 부족하자 자신의 창구를 이용하는 고객의 통장 증서번호와 비밀번호를 빼내기로 마음먹었다.

1000만 원 이하 입출금은 경리 직원이 전결하도록 하는 규정을 이용하면 동료에게 들키지 않고 돈을 빼낼 수 있다고 김 씨는 판단했다.

그는 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하지 못해 창구에 직접 현금을 맡기는 60, 70대 노인을 대상으로 삼았다. 예금액도 대체로 수백만 원대라 적당했다.

피해자가 인출을 원하면 다른 피해자의 통장에서 빼내는 ‘돌려 막기’도 자주 했다. 현금을 맡기러 오는 횟수가 줄면 다른 피해자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수백만 원을 몰래 인출했다.

김 씨는 2003년 1월∼2006년 4월, 3개 수협 지점에 근무하면서 조합원 52명의 계좌에서 1614회에 걸쳐 91억 원을 빼돌렸다.

돈은 자신이 운영하던 의류 인터넷 쇼핑몰의 사업자금과 유흥비, 사채를 갚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2006년 4월 피해자 6명이 한꺼번에 1억4000여만 원을 인출하려고 하자 돈을 돌려 막지 못해 횡령 사실이 들통 났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