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억울” 김경준씨 주장 신빙성 잃어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연방법원에서 오드리 콜린스 판사 주재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김경준씨와 부인 이보라씨,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 전 변호사 등에 대해 663억원을 배상하라고 평결한 가운데 에릭 호닉 변호사와 이보라씨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

■美법원‘김씨유죄’인정

특검팀 “美재판기록 입수 면밀히 검토할 것”

“재판 결과, 특검수사로 이어질것” 관측 우세

미국 법원이 이른바 'BBK주가조작사건'의 핵심인물 김경준(42) 씨의 옵셔널캐피털(옵셔널벤처스의 후신)에 대한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를 5일 인정함에 따라 'BBK 특별검사팀'의 수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정호영 특검 수사팀은 이날 "미국 법원의 재판기록을 입수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이미 미국 내 다른 소송자료를 분석하는 전담팀을 구성해 관련 자료를 분석해 왔으며, 이번 재판기록을 입수하는 대로 특검 수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 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그러나 특검이 검찰 수사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사실상 미국 법원이 김 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 만큼 미국 법원의 재판기록이 특검 수사 결과로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이 당선인의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 연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특검은 이 당선인의 최측근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 등을 최근 잇따라 소환 조사했지만 검찰 수사결과를 뒤집을만한 증거를 추가로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 씨의 주장을 미국 법원에서 조차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주가조작 및 횡령 외에도 특검이 수사 중인 다른 사안과 관련한 김 씨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이 "이 당선인이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와 무관하다"고 직접적으로 밝힌 게 아니어서 특검 수사와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미국 법원은 김 씨 측의 요구로 이 당선인을 '제3의 피고'로 지정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양측의 동의 하에 '피고'에서 제외했기 때문.

김 씨 측 변호인도 "LKe뱅크가 제기한 별개의 소송이 남아 이 당선인은 제3 피고에서 제외된 것일 뿐 이 당선인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은 지난해 8월에는 김 씨 측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법원의 판단 역시 최종심 평결이 아닌 것도 논란거리다.

결국 김 씨 주장의 허위 여부에 대해 특검은 이번 판결을 검토하고 수사 결과를 종합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식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