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토론해 봅시다]작은 정부냐,큰 정부냐?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코멘트
○ 배경

이명박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세상이 뜨겁다. 현행 18부 4처를 13부 2처로 줄이는 계획으로, 그 변화의 폭과 규모가 매우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 관련 부서가 통폐합되면서 업무 중복을 피하고 효율성을 높이려고 한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담고 있거나 사회적 약자, 인권과 관련된 부서인 통일부, 여성부, 해양수산부 등이 축소되거나 통폐합된다는 내용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낳고 있다.

행정 편의주의 때문에 중복된 정부 행정력, 그리고 민간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줄여 사회·경제 운용에 활력과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방향이 옳은지, 사회 각 부문의 고른 발전과 분배를 위해 정부가 관리하고 규제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는 주장이 옳은지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찬성 논거(작은 정부론)

‘작은 정부론’은 ‘공공선택이론’에 기반한 주장이다. 정부는 공공재의 생산자로 시민은 공공재의 소비자로 규정하고, 공공부분을 시장 경제화하여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입장이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가 민간의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비효율성과 불공정성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정부 혁신을 통해 정부의 규제 범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큰 정부론’의 만능형 정부 지향에서 벗어나 민간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에게 과감히 넘기고 정부는 시장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 효율성 부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계화의 파고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규모와 규제 영역을 과감히 줄여 나가야 한다.

▶반대 논거(큰 정부론)

정부의 규모와 행정력의 중복을 줄이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국가복지주의의 실현과 산적한 국내외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전히 국가의 역할과 기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은 민간에게 맡길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이다. 복지관련 지출이 서구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인 현실에서 작은 정부로 갈 경우 국가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대기업의 전횡과 남성위주의 사회, 인권의식의 미성숙 등과 같은 한국의 현실에서 규제 완화와 작은 정부론은 자칫 노동자 배제, 약자 배제의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다. ‘인간’이 빠진, 경제적 수치에 의존한 정책과 계획은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될 것이다.

○ 핵심 찌르기

자유주의에서는 국가를 ‘필요악’으로 보았다.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기에 나쁜 존재이지만, 자연권인 생명과 재산을 보장받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반대로 복지국가론에서는 강자에 의한 독점을 제한하고 시장에 개입하는 국가를 정당화한다.

지도자의 통치 방식은 고금을 통해 중요한 관심거리였다. 노자는 일찍이 “도덕이 발달하면 사악해지고, 형벌이 발달하면 흉악해지고, 기술이 발달하면 가난해진다”고 하며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소국과민(小國寡民)’의 통치방법을 제시하였다. 인위적인 질서와 규제가 오히려 인간을 질식시키고 불편하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반면 마키아벨리는 “자율성을 통해 혼란한 상태를 만드는 것 보다 가혹한 군주가 낫다”고 하여 강력한 리더십을 열망하며 지배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선호하였다. 이것을 오늘날의 논리로 환원해 보면 ‘작은 정부론’과 ‘큰 정부론’으로 각각 대비시켜 볼 수 있다. 그러나 당대의 시대 상황에 따라 제시된 이론을 오늘날의 복잡다단한 문제에 손쉽게 대입하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과거 이론으로부터 우리는 시사점을 얻을 뿐이다.

정부의 몸집을 줄이는데 찬성하게 되면, 공무원의 기존 인력은 유지하면서 신규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 550만 명의 취업 준비생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과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이므로, 비정규직을 우선적으로 정리하고 공무원의 신규 채용을 줄인다는 내용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사회는 유기체와 같아서 어느 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함을 알 수 있어야 한다.

○ 논술 쓰기

사회, 윤리, 정치 시간에 배울 법한 주제이다. 정치 현안에 대해 자신이 배운 지식을 마음껏 뽐내볼 일이다. 논술 쓰기란 얇은 지식 혹은 암기된 지식과 깊이 이해해서 숙성된 지식을 구별하는데 용이한 평가 방법이다. 복잡한 현실 문제를 절대적이고 규범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균형 잡힌 고려가 필수적이다.

자유주의와 복지국가주의, 신자유주의, 노자와 홉스, 마키아벨리, 아담스미스와 케인즈의 이론 등에 대해 정리해보자. 이론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풀기 위한 주체적인 자세로 말이다.

○ 관련 문제

정부 규제와 완화, 교육의 불평등과 정부의 역할에 관한 제시문을 읽고 교육에 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시오. [인하대 2008학년도 1차 모의논술]

권윤호 경기 용인 풍덕고 교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