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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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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이제는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문화적으로 재창조할 때가 됐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2일 서울 마포구 당인리 화력발전소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권문성 아뜰리에17 대표는 이처럼 말했다.
문화관광부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종합문화시설로 리모델링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명박 당선인이 리모델링 계획을 공약에 포함시킨 데 이어 산자부가 지하에 대체설비를 세우면 계획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판 테이트모던’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디자인 클러스터로
영국의 ‘테이트모던 런던’은 1981년 폐기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2000년에 개조해서 만든 현대미술관.
미술관 유리를 통해 템스 강과 밀레니엄 브리지, 세인트폴 성당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관람 인원이 연 4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 등 거장의 작품을 4개의 주제(정물 풍경 역사 누드)별로 전시해 미술 애호가의 호평을 받았다.
문화관광부 한민호 공간문화팀장은 “당인리 화력발전소 역시 테이트모던 런던처럼 주요 배관과 발전시설을 최대한 남겨두고 실내만 문화시설로 개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발전시설(4, 5호기)이 수명을 다하는 2011년 착공에 들어가면 2012년쯤 개관이 가능하다.
문화부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홍익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디자인 회사까지 끌어들여 디자인 전문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독일 에센의 탄광보일러 시설을 리모델링한 레드도트 디자인 미술관, 시립소방서를 개조한 프랑스의 104지구 복합문화센터 및 스튜디오를 참고사례로 검토하고 있다.
○ 주변의 한국판 테이트모던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공원과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도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문화·휴식공간으로 재창조한 경우에 속한다.
선유도공원은 1978년 정수장 시설이 폐기되면서 2002년 문화 휴식공간으로 바뀌었다. 양화대교와 직접 통하는 정문을 들어서면 저장탱크였던 시설이 수생식물 양식장으로 꾸며져 있다. 물속의 자갈과 모래를 거르는 여과지는 물고기가 자라는 수족관으로, 불순물을 가라앉혔던 침전지는 수목원으로 조성했다. 농축조(지름 24m, 깊이 4m)는 원형극장으로 사용한다.
하늘공원은 높이가 100m에 달했던 쓰레기 산 위에 구조토를 쌓아올려 만든 공원. 아직은 토양이 척박해서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억새풀을 심어놓았다.
억새풀 사이에는 수십 개의 메탄가스 포집정이 박혀 있다.
서울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모아 열병합 발전소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여기서 나오는 가스를 주변 아파트 3000여 가구가 공급받는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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