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게의 고장’ 영덕군, 백년대계 활짝

  • 입력 2007년 11월 6일 0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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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잘돼야 대게잡이도 신이 나겠지요. 종자돈을 마련했으니 영덕지역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경북 영덕군 강구면 화전리에서 20년째 양계업을 하는 이용우(57) 씨는 5일 “영덕 하면 대게와 함께 ‘교육하기 좋은 고장’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영덕군민들이 뜻을 모아 추진한 교육발전기금 조성 사업에 500만 원을 내놓았다. 자녀들(1남 1녀)은 다 커 대학을 졸업했지만 고향의 후배들이 좀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학교에 다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영덕군이 지역 최대의 숙원인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올해 3월부터 추진 중인 교육발전기금 조성 사업의 모금액이 7개월 만에 30억 원을 돌파했다.

군민들 사이에는 “해냈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영덕군이 15억 원을 출연한 데 이어 주민과 출향 인사들이 15억 원을 모았다.

2000여 명이 참여해 몇십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보탰다. 김병목 군수는 올해 4월분 급여 459만 원 전액을 내놓기도 했다.

김 군수는 “그동안 우수 학생이 도시로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이 맺혔다”며 “대게를 먹으러 영덕을 찾는 것처럼 앞으로는 도시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영덕을 찾는 날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대구, 부산, 포항에 사는 출향 인사들은 6억 원가량을 보탰다.

기금을 관리하는 영덕군교육발전위원회는 기금에서 나오는 연간 1억5000만 원 정도의 이자로 내년부터 지역 학생들의 장학금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중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영덕의 고교에 진학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 졸업할 때까지 1000만 원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주요 대학에 진학하면 등록금 등 다양한 장학 혜택을 줄 예정이다.

초중등 교육을 맡고 있는 영덕교육청도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교육청 직원 30여 명과 지역 25개 초중고교 교직원도 교육발전기금을 냈다.

영덕교육청 이상원 학무과장은 “학부모들이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자녀를 도시로 보내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교직원들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학부모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덕의 고교들은 내년 신입생 모집에서 우수 학생을 유치할 수 있을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의 ‘1군(郡) 1우수고’로 지정된 영덕고는 공부하는 분위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교사들이 밤늦도록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포항의 인문계 고교에서 근무하다 올해 3월 초빙 교장으로 이 학교에 부임한 강정식(54) 교장은 “학부모 사이에 지역 고교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높아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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