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로 논술 잡기]언어영역

  • 입력 2007년 7월 1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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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현실과 만나는 공간인가, 독립된 공간인가

주제: 대학과 학문

<생각 시작하기>

대학은 배우고 가르치는 공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거치며 무엇인가를 배웁니다. 그 배움을 통해 많은 이들이 심대한 정신적 영향을 받습니다. 또 대학은 가르치는 곳으로서 권위를 갖고 있는 곳입니다. 지식의 1차 생산자로서의 권위가 있다는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서 생산하는 지식과 논리는 사회적 파급력이 엄청나게 큽니다. 따라서 대학이 생산하고 학생들이 배우는 지식이 어떤 성격의 것이어야 하는가는 대학의 역할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교과서 지문을 읽고 올바른 지식에 대하여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나와 같이 징역살이를 한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린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도리·들보·서까래·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의 서가(書架)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이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책을 읽다가 ‘건축’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그 노인의 얼굴을 상기합니다.

<생각해 볼 문제>

위 글에서 ‘그림’은 ‘지식’의 비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 글의 필자가 ‘한 노인 목수’의 그림을 보며 느낀 낭패감과 부끄러움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도움말: 노인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집을 그리는 순서와는 전혀 다른 순서로 집을 그렸습니다. 이를 보고 필자는 자신의 그림의 순서가 잘못된 것임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때 집을 그리는 순서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집의 그림이 지식의 비유라고 했으니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지식을 얻는 순서,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과 절차를 의미한다 할 수 있겠습니다.

글 싣는 순서(언어)
1언어와 매체 특성
2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삶
3세계화와 우리
4부조리한 현실과 대응
5물질적 조건과 삶
6삶은 허무한가?
7사랑과 삶
8빠름과 느림
9가족을 말한다
10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
11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 환경
12희생, 사랑, 순종은여성의 미덕인가?
13욕망은 더러운 것인가?
14대학과 학문
15지식인의 역할과 사명
16노동은 천한 것인가?
17애국주의의 명암
18가난, 숙명? 자업자득?
19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
20희미한 옛사랑의 노래, 민주주의
21혼자만 살지 말고 같이 살자
22자연 친화, 도피? 은인자중?삶의 본연의 모습?
23영원한 소외 지대, 농촌
24예술은 면죄부일 수 있는가?

<제시문과 논제>

(가) 대학은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종속의 땅’이기도 하지만 그 연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의 땅’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그동안 못 했던 일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겠다고 했습니다. 대학이 안겨 줄 자유와 낭만에 대한 당신의 꿈을 모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얽매여 있던 당신의 질곡을 모르지 않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러한 꿈이 사라졌다고 실망하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됩니다. 그러나 ‘자유와 낭만’은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자유와 낭만은 ‘관계의 건설 공간’이란 말을 나는 좋아합니다. 우리들이 맺는 인간관계의 넓이가 곧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낭만의 크기입니다. 그러기에 그것은 우리들의 일상에 내장되어 있는 ‘안이한 연루(連累)’를 결별하고 사회와 역사와 미래를 보듬는 너른 품을 키우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그동안 만들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게 해 준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만나는 연대의 장소입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발의 임자를 깨닫게 하는 ‘교실’입니다.

[‘드높은 삶을 지향하는 진정한 합격자가 되십시오’, 신영복]

(나) 그러면 학문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학문이 실생활에 유용한 것도, 그 자체의 추궁(追窮)이 즐거움을 가져오는 것도, 모두가 학문이 다름 아닌 진리를 탐구(探究)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용적이니까, 또는 재미가 나는 것이니까 진리요 학문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에 인간 생활에 유용한 것이요, 재미도 나는 것이다. 유용하다든지 재미가 난다는 것은, 학문에 있어서 부차적으로 따라올 성질의 것이요, 그것이 곧 궁극적인 목적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문의 목적은 진리의 탐구 그것에 있다. 이렇게 말하면 또 진리의 탐구는 해서 무엇 하나 할지 모르나, 학문의 목적은 그로써 족한 것이다. 진리의 탐구로서의 학문의 목적이 현실 생활과 너무 동떨어져 우원(迂遠)함을 탓함 직도 하다. 그러나 오히려 학문은 현실 생활로부터 유리(遊離)된 것처럼 보일 때, 가끔 그의 가장 풍부한 축복을 현실 생활 위에 내리는 수가 많다.

[‘학문의 목적’, 박종홍]

(다) 한 취업사이트의 ‘대학생 2007년 희망뉴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28.9%가 ‘취업’이라 답해 1위에 올랐다. 또 한 언론사의 조사에서도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이 전체 응답자의 36%에 달했다. 그중 대학 3, 4학년의 비율은 무려 70%나 되었다. 이 외에도 올 초 대학생을 대상으로 행해진 대부분의 새해 희망 설문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대학생들의 가장 큰 목표는 역시 ‘취업’이었다. 대학에 갓 들어온 새내기들조차도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위한 경력개발부터 관심을 가진다고 하니 이제는 전공을 살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겠다고 대학에 오는 것이 아니라 취업이 대학생들의 목표가 되어 가고 있다.

[일간지의 기사]

<논제1>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에서는 대학의 역할에 대한 견해는 서로 다르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400자 내외)

→도움말: 두 필자가 바라보는 대학의 역할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대학과 현실사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서 비롯됩니다. 즉 대학을 현실과 상호작용하는 공간으로 보고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현실과 만나고 현실의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과 대학을 현실로부터는 독립된 공간으로 보고 오히려 현실사회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 시각의 차이를 중심으로 ‘대학역할론’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제2>

제시문 (가) 혹은 제시문 (나)의 필자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에서 지적하고 있는 현상을 비판하시오. (400자 내외)

→도움말: 상당수 대학생들의 ‘실용주의적, 개인주의적’ 시각을 무조건 나무랄 수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개인이 자신의 삶을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그 삶을 돌보아 주지 않는 각박한 현실에서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당수 대학생들의 생각이 옳은 것만은 아닙니다. 제시문 필자들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상당수 대학생들의 선택 배경과 이유 중에서 인정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또한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 자세한 해설 및 참고자료는 이지논술 홈페이지(www.easynonsul.com)를 참고하십시오.

변성관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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