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온 공부 물거품 되나” 고시촌 술렁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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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법이 통과되자 법대생과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시 지원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 때문이다.

법대생들은 2012년부터 사시 합격자가 줄어 합격하지 못할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로스쿨에 진학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대학 3, 4학년이나 졸업생들은 2011년 이전에 사시에 합격해야 한다는 데 강박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1, 2학년은 “군대를 다녀오면 사실상 사시 응시 기회가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시를 준비해야 할지, 로스쿨을 준비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사시 준비생들이 많이 보는 ‘법률저널’ 홈페이지(www.news.lec.co.kr) 게시판에는 로스쿨 준비 여부에 대한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실무 교수가 대폭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로스쿨과 법대 교육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졸업 후 4, 5년 이상 사시를 준비해 온 이른바 ‘장수생’ 들은 그동안 공부해 온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울상이다.

서울대 졸업 뒤 대기업에 다니다 2년 전부터 시험을 준비 중인 김진환(34) 씨는 “30대 중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사시를 준비하는 이가 많다”면서 “사시는 혼자서도 노력할 수 있지만 로스쿨은 엄청난 돈과 시간이 필요해 사실상 입학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 학생회는 6일 “로스쿨법은 ‘학비가 비싼 법과대학’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며 로스쿨 반대 성명을 냈다.

학생회는 “사시 준비는 한 번에 목돈이 필요하지 않고 비용도 형편에 따라 차이를 둘 수 있다”면서 “로스쿨은 수천만 원의 등록금 때문에 졸업생 상당수가 빚을 지고 나와 법조계가 자본에 종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학비 최대 9000만원 정부보증 대출▼

로스쿨은 실무 중심으로 교육하고 대학들이 로스쿨 설치를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자한 만큼 학비가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의 연간 등록금은 1700만∼1900만 원 수준인데 로스쿨은 이보다 다소 낮은 수준일 것으로 교육인적자원부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학비도 일반 서민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어서 돈 없는 집안의 자녀는 로스쿨에 다니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교육부는 로스쿨 재학생에게 1인당 최대 9000만 원까지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을 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함께 6000만 원 한도로 시행 중인 학자금 대출 제도를 확대 시행하기로 하고 빠르면 로스쿨이 개교하는 2009년 3월부터 10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1인당 최대 9000만 원까지 대출할 방침이다.

대출금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 학자금 대출금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 대출금리는 인터넷으로 신청할 경우 6.95%, 창구에서 신청할 경우 7%이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저소득층의 경우 이자가 없거나 비이공계의 경우 2% 내외에서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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