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김승연회장 첫 공판 폭행 시인…쇠파이프는 부인

  • 입력 2007년 6월 18일 1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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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폭행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8일 1심 첫 공판에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G가라오케와 경기 성남시 청계산 기슭 공사장, 서울 중구 북창동 S클럽 등 3곳 모두에서 피해자들을 폭행한 사실을 시인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청계산에서 쇠파이프와 전자 충격기를 사용한 혐의는 부인했다.

▽"흥분해서 폭행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철환(38)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김 회장은 "아들을 때린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무릎 꿇린 채로 때렸다"며 "처음부터 때리려 한 것은 아니고 아들을 때리지 않은 사람들이 아들을 때렸다고 계속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흥분해 폭행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청계산에서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정도의 작은 쇠파이프로 (S클럽 종업원인) 조모 씨의 머리통을 몇 대 때렸다"고 말했으나, 검사가 쇠파이프를 사용했는지를 추궁하자 "당시 (피해자들에 의해) 희롱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극도로 흥분해 있었기 때문에 (쇠파이프로) 때리려는 것을 누군가 말렸다. 때리지는 않았고 겁만 줬다"고 말을 바꿨다.

'내 아들이 눈을 맞았으니 너도 눈을 맞아 보라'며 피해자의 눈을 때리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신문에는 "내가 (피해자와) 맞짱을 뜰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김 회장은 사건 당일 현장에 함께 있던 오모(54) 씨가 폭력조직 맘보파 두목 출신인지는 나중에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진술했다.

▽검사 신문에 여러 차례 맞질문=김 회장은 피해자들을 가리켜 5, 6차례 '놈'이라 표현했고, 폭행 당시 상황을 설명할 때에는 '머리통을 쥐어 박았다', '아구(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 몇 번 돌렸다', '귀싸대기 한 대 때렸다'는 등 거친 표현을 썼다.

김 회장은 여러 차례 검사에게 맞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 회장이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하려고 피해자들을 청계산으로 데리고 갔다"고 하자 검사가 "G주점이 더 조용하지 않냐"고 물었고, 이에 김 회장은 "검사님, 술집 안가 보셨죠? 옆방에 사람들도 있고 한데…"라고 되물었다.

검사가 "특정 피해자를 많이 때렸다면 어느 정도 때렸다는 것이냐"고 묻자 김 회장은 "검사님 복싱에 대해 아십니까. 아구 몇 번 돌렸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또 사건 당일 협력업체 사장 김모 씨가 S클럽을 찾아온 이유를 묻자 김 회장은 "검사님이 협력업체 사장이고 근처에 내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와서 눈도장이라도 찍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하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검사의 추궁이 계속되면 "그럼 그냥 검사님 말씀대로 하시죠,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시간 끌고 싶지 않습니다"라거나 "그건 뭐 (검사님이) 알아서 생각하시고…"라고 받아 넘겼다. 김 회장은 이날 턱을 손으로 받친 채 검사의 신문에 답변하다 재판장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편 김 회장의 변호인 측은 검찰 신문에 앞서 "김 회장의 구속으로 한화그룹의 산적한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경영상 심각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한화석유화학이 사우디아라비아와 6조~7조 원대 규모의 합작사업을 추진 중인 사정도 고려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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