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기지 길목’ 가좌역 30m 불통… 3000㎞ ‘불똥’

  • 입력 200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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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열차들3일 발생한 경의선 서울 서대문구 가좌역 철로 지반 붕괴사고로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이 수색역에 멈춰 서 있다. 전영한 기자
멈춰 선 열차들
3일 발생한 경의선 서울 서대문구 가좌역 철로 지반 붕괴사고로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이 수색역에 멈춰 서 있다. 전영한 기자
30m 길이의 철로 지반 붕괴가 국토 혈맥 3000km를 이틀째 마비시켰다.

3일 발생한 서울 가좌역 철로 지반 붕괴사고로 5일까지 전국 철도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KTX 새마을호 등 열차의 60% 이상이 최고 2시간 가까이 지연 운행된 데다 일부 열차는 아예 운행이 취소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통근하는 직장인과 학생이 대거 지각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 가좌역 붕괴가 일으킨 ‘동맥경화’

5일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4일 이용승객은 21만312명으로 지난주 같은 날(5월 28일·24만8826명)보다 15%가량 줄었다. 열차 운행 횟수도 637회에서 606회로 감소했다.

서울역과 용산역을 출발하는 KTX 등 열차 340여 편의 정시 운행률은 30% 수준을 밑돌았으며, 나머지 열차들은 최고 2시간 반까지 운행이 지연됐다. 기관차가 한 대만 달려 있어 한쪽 방향으로만 운행하는 열차 27편은 운행이 취소됐다.

가좌역 한 곳의 철로 불통이 전국 철도 운행에 동맥경화를 가져온 이유는 가좌역이 고양차량기지와 수색역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목이기 때문이다.

서울역과 용산역에 도착하는 KTX 열차는 가좌역을 지나 고양차량기지에서 점검을 받고,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 역시 가좌역을 통과해 수색역에서 점검받은 뒤 U턴해야 한다. 하루 평균 고양기지에서는 KTX 44편, 수색에서는 일반 열차의 기관차 70대와 객차 1108대가 점검을 받는다. 가좌역 철로 지반 붕괴 이후 이들 차량이 갈 곳을 잃은 것이다.

이들 열차는 용산역과 서울역의 빈 선로를 가득 메우고 쉬지 않고 두 역 사이를 오가고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에 길을 내주기 위해 선로에 주차돼 있던 열차를 잠시 용산역으로 이동시키는가 하면, 용산역에 대기하던 열차를 다시 서울역의 지정된 출발 승강장으로 옮기기 위해 길목에 있는 다른 열차들을 두 역의 빈 철로를 찾아 이동시키느라 최고 2시간 넘게 운행이 지체되는 것이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의 경우 바퀴에 조금만 흠집이 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간이 정비만 받고 운행하고 있어 사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 플랫폼에서 운행 지연 안내방송

5, 6일 운행 취소된 열차 현황
운행선출발역출발시간도착역도착시간
장항선(14)장항5:50용산9:33
용산7:35장항11:33
장항7:45용산11:32
용산9:28장항13:20
장항10:20용산14:26
용산11:35장항15:28
장항13:00용산16:56
용산12:35장항16:25
장항14:45용산18:33
용산14:35장항18:22
장항16:55용산20:42
용산17:55장항21:42
용산19:35장항23:14
장항19:40용산23:39
호남선(5)용산12:50목포18:20
목포23:10용산4:25
용산14:05광주18:33
광주23:25용산3:53
익산7:05용산10:20
전라선(4)용산10:55여수16:49
여수14:20용산20:17
용산14:45여수20:29
여수17:20용산23:15
경부선(4)서울10:33동대구14:51
동대구18:05서울22:11
서울17:28대전19:36
대전12:55서울15:03
자료: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

“가좌역이 끊어졌는데 왜 여수에 못 가느냐.” 승객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무궁화호 열차로 용산역에서 온양온천역까지 통학하는 대학생 임철환(21) 씨와 천안역과 홍성역 사이를 출퇴근하는 교사 박모(45) 씨는 “무궁화호 열차의 운행이 예고 없이 취소되는 바람에 다른 열차를 기다리느라 이틀 연속 1시간 이상 지각했다”고 말했다.

사고대책본부는 “6일 오전 6시 상행선 개통, 오후 6시에 하행선 개통을 목표로 복구 작업 중”이라며 “7일에는 모든 열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사고 전날까지 발파작업 했다…경찰, 공사 과실여부 조사▼

사고를 조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선로 근처 지하 공사현장에서 사고 전날까지 발파 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고와 관련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공사 현장의 발파 책임자 홍모 씨를 4일 불러 조사한 결과 지난달 28일 이후 공사장 바닥을 폭파하는 작업이 이달 2일까지 진행됐으며 사고 당일에는 발파를 위해 폭약을 넣을 4m가량의 구멍을 드릴로 뚫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공사 팀은 사건 당일 지반이 무너진 부분 아래쪽에서 오후 3∼4시 반 지름 38mm 드릴로 10여 개 구멍을 냈으며 무너진 부분 반대쪽에서는 H빔(철기둥) 사이에 철근을 박아 넣고 있었다.

경찰은 “지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험 가능성을 알고도 발파 작업을 강행했는지를 조사하겠다”며 “지반 붕괴에는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발파 상황뿐 아니라 옹벽 등 공사 설계, 감리, 시공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과실이 드러나면 책임자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좌역 사고 현장은 165대의 덤프트럭이 동원돼 흙을 쏟아 부어 5일 밤 현재 95%가량 복구됐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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