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간부 거액 투자금 날린 뒤 잠적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주요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 간부가 학교 동문 등에게서 개인적으로 돈을 끌어들여 증권 투자를 하다가 수십억 원을 날려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금융계와 검찰에 따르면 산업은행 K(53) 지점장은 2005년경부터 최근까지 고등학교 및 대학 동문 등 지인들에게서 받은 수십억 원의 자금을 운용하다 원금에 큰 손실이 나자 지난달 말 은행 측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었다.

피해자들은 K 지점장의 잠적 소식이 알려진 뒤 지난달 말 그를 사기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 ‘원금만 수십억 원 날린 듯’

본보 취재 결과 K 지점장은 2005년 말부터 대학 및 고교 동문과 이들의 지인을 상대로 자금을 모집해 증권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6년 5월 산은에서 펀드상품 출시를 담당하는 부장에 임명된 뒤 모집규모를 더 늘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2월 승진하면서 모 지역 지점장으로 옮겼으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지난달 16일 휴가를 낸 뒤 잠적했고 이어 은행에 전화로 사정을 설명한 뒤 사직원을 보냈다.

현재 전체 피해자 수가 파악되지 않아 K 지점장이 날린 정확한 투자금 액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서울동부지검 고병민 부부장 검사는 최근 본보 기자에게 “피해 규모가 꽤 될 것”이라고 말해 피해액이 클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금융계에서는 총 70억∼8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피해자들은 K 지점장이 시장 동향에 밝을 것으로 보고 퇴직금 등 거액의 현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피해자는 “친구 소개로 K 지점장에게 10억 원을 맡겼지만 투자처나 운용방식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 산은, 곧 면직 조치할 듯

검찰은 피해자들의 고소에 따라 K 지점장의 소재 파악에 나서고 있다.

검찰은 그가 자금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사기 혐의 적용이 가능할지 검토하고 있다. 특히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투자행위에 이용했을지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K 지점장이 펀드상품담당 부장으로 있으면서 펀드 출시를 발표하기 전 관련 주식을 미리 매입했다면 직무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제한한 은행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 된다.

그는 또 직무 이외의 영리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 한국산업은행법 14조를 위반한 상태여서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 측은 현재 K 지점장에 대해 직위해제조치를 내렸다. 또 이번 주 중 추가로 면직 처분할 방침이다.

문창모 산은 감사는 “감사 결과 K 지점장이 은행 자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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