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80명 합숙 정신교육…서울시 현장추진단 업무 첫날

  • 입력 2007년 4월 5일 16시 59분


코멘트
서울시가 일하는 공직풍토 조성을 위해 가동한 현장시정추진단이 5일 첫 발을 내디뎠다.

추진단에 배치된 직원 80명은 이날 경기도 양평군 모 콘도에서 이틀 간 합숙 정신교육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6개월 간 현장업무에 투입된다.

`무능.불성실 공무원'으로 선별돼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속된 공무원들의 상당수는 이날도 "왜 내가 `퇴출후보'로 선정됐는지 모르겠다"는 등 불만을 쏟아냈지만, 이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시 간부들은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공직사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장통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출 대상'에 들어가지 않은 공무원들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이제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업무에 열성을 보이는 등 `공무원 퇴출제'의 효력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앞에는 2대의 관광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 탈 승객들은 다름 아닌 `서울사랑봉사단'이라고 이름 붙여진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치된 80명의 직원이었다.

직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침울한 표정으로 지하철 출구를 빠져 나와서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버스를 바라보며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이달 초에 일 열심히 한다고 승진했습니다. 다면 평가를 통해 서울시 인사위원회 검증을 받아 승진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추진단에 배치됐습니다. 내성적이어서 남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 직원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우리는 오늘 어디로 가는지도 서울시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 앞에서는 추진단에 배치된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버스에 타지도 못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이기도 했다.

한 직원은 "내가 있던 부서에서도 퇴출후보 선정을 위해 투표를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 왔는데 부서장들은 문책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힘없는 사람만 당하는 거죠. 절대 이 인사에 승복하지 못합니다"고 말했다.

서울시 노조가 차량 앞에서 현장시정추진단 제도 철폐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여 버스는 예정 시간인 오전 8시30분을 40분이나 넘겨 오전 9시10께 정신교육이 실시되는 경기도 양평으로 떠났다.

현장에 나온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억울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이유가 있어 온 사람들"이라며 "교육을 잘 받고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 관계자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사는 없다"면서 "제도 시행으로 사무실 안에 긴장감이 흐르는 등 역기능에 못지 않은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시정추진단 첫날 교육은 오리엔테이션과 커뮤니케이션 상황극 관람, 공직자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교육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점심시간에 교육을 받고 나온 추진단 소속 직원들은 "오전에는 옆자리 사람 이름 불러주기 등 다소 생소한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받았다"며 "최종퇴출을 면하려면 교육이라도 잘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둘째 날인 6일에는 상하동료 믿음 신뢰 형성하기, 스킨십, 동료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하나의 장' 등의 교육이 실시된다.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치된 직원들은 양평에서 2일 간의 합숙 교육이 끝나면 서울로 돌아와 13일까지 5일간 추가교육을 받은 뒤 16일부터 10월 초까지 6개월 간 교통표지판 정비대상 조사 등 일선 현장업무에 투입된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