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7주년]조선, 기술-아이디어로 中-日 추격 따돌린다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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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별명은 ‘인간 DHL’입니다.” 송준엽 대우조선해양 가스선 영업1팀 과장은1년에 3분의 1은 해외 출장 중이다. 5대양 6대주 안 가본 곳이 없다. 남들은 잦은 출장을 부러워하지만 남다른 고충이 많다. “목숨과 같은 입찰 서류 몇 상자를 들고 비행기에 오르내리면 어깨 근육이 마비될 정도로 뻐근해요.” 대우조선의 주력 상품인 액화천연가스(LNG)선은 나이지리아나 앙골라 등 후진국에서 많이 발주한다. 장시간의 비행기 탑승에다 불안한 치안과 풍토병과도 싸워야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대우조선은 LNG선 분야 부동의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재기와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전쟁터가 된 세계 조선업계에서 ‘세계 1위 한국 조선’을 지키려는 영업사원들은 오늘도 지구촌을 누비고 있다.

○대우조선, 중국보다 10년 앞선 기술이 원천

영업에서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까다로운 선주와의 기 싸움이다.

손형구 영업1팀 대리는 “지난해 한 선주는 계약 후에도 선박 엔진을 결정하는 데 7개월이 걸렸다”며 “수차례 수정과 설득 과정을 거치니 이젠 선박 엔진에 관해선 도사가 됐다”고 말했다.

1년에 10여 차례 중국 출장을 가지만 쯔진청(紫禁城) 관광조차 못한 수출 역군들은 최근 중국 업체들의 발 빠른 추격에 대해서 자신감이 넘쳤다.

이진한 팀장은 “LNG선을 발주하는 세계적인 오일 회사들은 무엇보다 안전을 중시하는데 안전에 대한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다”며 중국이 한국의 기술력을 따라오려면 10년 이상 걸린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 영업1팀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박 36척 가운데 15척을 수주해 시장점유율 42%로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이 팀장은 그 비결로 기술력을 꼽았다.

“LNG선 수명은 통상 약 25년인데 저희 회사 배는 40년 이상 쓸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기술력은 감동을 일으키고 감동은 신뢰를 쌓아 이 자리까지 올라온 거죠.”

○한진중공업, 재기발랄 영업 기획력으로 승부

“선박 영업은 원양어업과 같습니다. 기약 없이 대양을 나서는 비장함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진영민 한진중공업 상선영업팀 과장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배를 미리 팔아야 하는 선박 영업의 막막함을 원양어선에 빗대 표현했다. 그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누가 먼저 선주에게 다가가고 선주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짚어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선영업팀은 최근 ‘테이블 냅킨’ 작전으로 선주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한진중공업은 물막이용 댐을 만들어 독(dock)보다 길이가 긴 선박을 건조하는 댐(DAM)공법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 공법을 설명하기 위해 상선영업팀은 선주의 식사 테이블 냅킨 위에 댐공법을 그려 놓았다. 선주는 큰 관심을 보였고 결국 경쟁사를 물리치고 수주를 따냈다.

한진중공업은 또 주위에서도 반신반의했던 8100TEU(1TEU는 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했고 향후 3년간 안정적인 물량까지 확보했다.

안찬용 조선영업 본부장은 “영업맨은 회사의 얼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인성과 창의성을 갖추라고 당부한다. 생산단계에서 1%의 원가 절감도 중요하지만 영업의 기획력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 “에너지 물류사업에도 전력투구”▼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2011년 중기전략을 발표했다.

2011년 옥포조선소와 해외사업장에서 75척, 8조 원 상당의 선박 건조 체제를 갖추고 해양플랜트 연 5기 제작, 에너지 물류사업 분야 진출 등을 통해 연매출 15조 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남상태(사진) 대우조선 사장은 “동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동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에너지 사업 등 기존 사업과 관련 있는 신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결실은 올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2005년 7월 중국 산둥(山東) 성 옌타이(煙臺) 시에 설립한 대우조선해양 산둥유한공사가 올해 하반기부터 3만 t의 선박용 블록을 제작해 국내에 도입한다.

2011년에는 20만 t의 블록을 생산해 옥포조선소에 공급하게 된다.

해외 합작회사 설립도 활발하다.

지난해 9월 오만 정부와 ‘오만 수리 조선소 건설과 운영’에 대한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올해 1월에는 나이지리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NNPC사(社)와 합작 해운회사 ‘나이다스’를 세웠다.

남 사장은 “세계 최고 조선소로 경쟁력을 이어 나가기 위해 적극적인 사업 제휴와 해외 마케팅을 통해 에너지 물류 등 신사업에도 전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강덕수 STX그룹 회장 “원가 절감-고부가 선박으로 승부”▼

“올해 그룹 비전은 ‘해외에서 꿈을 이룬다’입니다.”

강덕수(사진) STX그룹 회장은 올해를 글로벌 기업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2001년 쌍용중공업에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한 STX그룹은 7년 만에 수출 규모 78배, 매출 34배, 자산 규모 16배의 급성장을 이뤄 냈다.

△해운·물류 △조선·기계 △에너지·건설 등 3대 사업을 중심으로 올해는 예상 매출 10조 원을 올려 5대 중공업 그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강 회장은 “앞으로 국내 1위는 의미가 없다. 하나의 아이템이라도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저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STX그룹은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에 있는 선박 생산기지를 조기에 안정화해 생산 원가를 절감하고 지난달 참여한 스페인 LNG 운송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적인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나설 예정이다.

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광산 개발과 동남아, 중동 등지에 에너지·자원 개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강 회장은 “현재 40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50개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며 올해 수출 70억 달러를 달성해 또 하나의 월드베스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이남두 두산重 사장 “두바이 초대형 프로젝트에 큰 기대”▼

이남두(사진) 두산중공업 사장은 몇 년째 연휴를 즐기지 못했다.

지난 설 연휴에도 7박 8일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인도까지 현장 경영에 나섰다. 빠듯한 일정으로 잠은 비행기에서 청했다.

특히 두바이에서는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수행한 발전 플랜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제벨알리 M 프로젝트’ 수주를 마무리하고 돌아 왔다.

이 프로젝트는 1330MW 용량의 복합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으로 계약 규모가 1조 원이 넘는다.

이 사장은 “이번 수주는 그동안 중동 시장에서 보여 준 공사 수행 능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세계 발전 시장에서 두산의 위상을 한 단계 드높인 쾌거”라고 강조했다.

두산중공업은 올 연말에 발주가 예상되는 1200MW급 발전소 건설 공사를 비롯해 향후 두바이 수전력청이 발주할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두산중공업은 해외 실적 급성장에 힘입어 올해 수주액이 사상 최대 규모인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사장은 “재해 무결점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발주처에 깊은 신뢰를 심어 줘 회사 비전인 ‘No.1 글로벌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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