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논술수업 모범을 보이다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12월부터 논술교육을 받고 서울대에 합격한 대전 대성고 졸업생들이 8일 오후 모교를 찾아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왼쪽부터 석현식 서중원 씨, 차병식 김제성 교사, 이민석 안용주 씨, 김동춘 교사. 대전=지명훈  기자
12월부터 논술교육을 받고 서울대에 합격한 대전 대성고 졸업생들이 8일 오후 모교를 찾아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왼쪽부터 석현식 서중원 씨, 차병식 김제성 교사, 이민석 안용주 씨, 김동춘 교사. 대전=지명훈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명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지방 학생들은 서울의 유명 논술학원을 다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대전의 대성고는 반대다. 서울로 올라갔던 재학생은 물론 재수생까지 학교를 다시 찾아와 논술교육을 받는다. 학생 스스로가 학교 논술교육이 학원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체감한 것. 》

지난해 12월 초 대전 중구 목동 대성고에는 서울과 대전의 유명 학원에서 서울대를 목표로 재수 삼수하던 졸업생 4명이 찾아왔다. 학교 측은 과목별 교사 7명을 투입해 이들과 재학생을 포함해 모두 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5일까지 논술 수업을 진행했다. 이 중 6명이 서울대, 1명이 고려대에 합격했다. 대성고는 올해 대전에서 가장 많은 14명을 서울대에 보내는 실적을 거뒀다.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한 재수생 석현식(19) 씨는 “수능 점수가 안정권이 아니어서 걱정했는데 논술에서 만회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의 지원 점수는 168.17점이지만 실제로 168.69점도 불합격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학교로 돌아온 재수생

이번에 학교에서 논술 수업을 받은 재수 삼수생은 석 씨와 안용주(19·서울대 사회과학계열), 이민석(19·서울대 재료공학과), 서중원(20·서울대 농경제학과) 씨 등 4명.

재학생도 마찬가지. 수시 전형으로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진대호(18) 군은 지난해 11월 중순 서울로 올라가 280만 원을 내고 논술학원에 등록했지만 불과 4일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김동춘 진학부장은 “학원에서 공부했던 제자들이 매년 학교 수업이 훨씬 유용했다고 털어놓는다”며 “학교와 교사들의 의지만 있다면 공교육 논술이 사교육보다 낫다는 점을 확인해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 맞춤형 지도로 학원과 차별화

대성고는 1학기에 논술반을 운영한 뒤 2학기에는 수능에만 집중한다. 수능이 끝나면 다시 논술을 시작하는데 1학기의 일반 논술과는 달리 학생을 모집단위 및 대학별로 나눠 맞춤형 지도를 편다.

교사가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 맨투맨으로 첨삭 지도와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안 씨는 “학교에서 재학 시절 공부하지 않은 경제(선택과목) 부분을 보완해 줬는데 이번 논술시험에서 경제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는 문제가 나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열은 신문의 칼럼 활용이 대표적이다. 논제의 전개와 구조를 파악한 뒤 학생들이 논증을 계속 추가해 남의 글을 내 글로 만드는 방법으로 공부를 한다. 자연계열은 여러 명이 토론과 발표를 한 뒤 이를 토대로 정보와 지식의 양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지도한다.

○ 학교와 교사의 열정이 열쇠

이 학교는 정부의 논술 방침이 오락가락하던 1997년부터 이미 논술을 준비했다. 8년째 논술을 가르쳐 온 차병식(사회) 교사는 “논술 설명회나 세미나가 있으면 전국 어디든지 찾아가 자료를 구하고 자문을 하는 한편 학교 수업 방식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목별 500쪽 분량의 논술교재를 스스로 마련하기까지 했다. 교사들의 열정은 학생들을 자극했다. 김제성(화학) 교사는 올해 수능 후 논술 강의 도중 목에서 피가 나 응급실로 실려 갔지만 곧바로 퇴원해 수업을 계속했다.

안중권 교장은 논술 교사의 강의료를 마련하기 위해 동문회를 찾거나 자신의 판공비를 털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잘못 가르친 탓”이라며 재수 삼수생에게는 수업료도 받지 않는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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