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김흥주씨 '전방위 로비'

  • 입력 2007년 1월 8일 16시 36분


금융감독원 전현직 고위 간부들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흥주 전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의 `전방위 로비' 의혹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외환위기 이후 레저산업, 부동산업, 금융업 등 다각도로 사업을 확장하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유력 인사들을 동원해 로비를 편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김씨의 로비 대상을 동시다발로 겨냥한 검찰의 수사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김씨가 그레이스백화점 임원으로 일하던 1990년대부터 자신과 친분을 쌓은 정ㆍ관계와 법조ㆍ예술계 등 각계 각층의 유력 인사들이 무더기로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검은 커넥션'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검찰의 수사망이 한층 더 압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시도 = 검찰이 김씨의 전방위 로비 의혹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과 김씨의 금품거래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가 2001년 제2금융권에 진출하려 시도하던 과정에서 당시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이던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에게 2억3000만 원을 제공하면서 금융기관 인수와 관련해 청탁한 정황은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뇌물에 매수된 김 부원장이 당시 매각을 추진하던 골드상호신용금고 관계자들을 김씨에게 소개해 주고 수의계약을 맺도록 주선한 단서를 검찰이 포착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2금융권 관련 업무 주무 국장이던 김 부원장을 김씨에게 소개해 준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의 행적도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가 진척될 경우 이 전 원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씨는 1998년 그레이스백화점 인수와 매각으로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확보하고 투자처를 찾다가 상호신용금고를 인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금고 최대 주주이던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가 보유하던 지분 30.01%와 경영권을 110억 원에 인수하고 2001년 3월 최대주주 변경 공시까지 거쳤으나 노조의 반발 등에 부딪히자 1개월 뒤 인수를 포기했다.

◇대출 알선 로비 의혹 = 검찰은 김씨가 2002년 금융감독원 광주지원장이던 신상식 씨의 도움으로 수십억 원을 대출받고 어음할인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씨는 코스닥 업체 A사를 앞세워 H은행 서울 지점에서 9억 원짜리 어음을 발행, 배서해 김씨가 전북 모 상호신용금고에서 이를 할인받도록 해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김씨가 상호신용금고에서 거액을 대출받도록 신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씨는 2001년 경기 S금고에서 59억원의 대출을 받는 등 2001¤2002년 4곳의 제2금융권 기관에서 200여억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국장급이었던 감사원 현직 고위간부 K씨가 김씨에게 S금고 대표를 소개해 주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K씨는 김흥주씨가 로비창구로 활용해 온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들의 모임'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김씨 밑에서 삼주산업 대표를 지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직 감사원 부감사관 K씨도 김씨의 `감사원 인맥'으로 꼽힌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당분간 `형제들의 모임' 멤버들이 돈을 받고 김씨가 금융상 특혜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암행감찰 무마 의혹 = 김흥주씨와 친분이 있던 전직 국세청장 L씨가 2001년 9월 정부합동단속반에 비위 사실이 적발됐으나 김흥주씨의 적극 개입으로 흐지부지됐다는 의혹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검찰에서 이뤄지고 있다.

당시 국장급이었던 L씨와 과장급 간부가 강남소재 고급 유흥업소에서 업자와 함께 접대성 도박판을 벌였으나 이 내용이 감찰보고서에서 빠졌다는 소문의 진상을 가린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속반원이었던 신상식씨가 감찰반 책임자였던 총리실 이사관 N씨에게 전화해 무마를 시도했을 것이란 소문의 진위도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내사 무마 의혹 등 = 2001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이 정관계 로비 혐의로 김흥주씨를 내사하다가 중단된 배경에 현직 검사장급 검찰간부 K씨가 있다는 의혹의 실체를 밝히려는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K씨가 당시 내사 담당자이던 P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내용을 알아보는 등 압력을 행사했으며, 이로 인해 P씨가 퇴직하고 이 사실이 대검에 알려지면서 K씨가 한직으로 좌천되고 수사라인도 바뀌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것.

또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용인 토지 사기 사건'에 검찰 간부 출신 B변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김흥주씨는 Y사 대표 김모(54)씨와 짜고 2003년 7월 자신에게서 경기도 용인 땅 3만여평을 사들인 이모(41)씨를 상대로 "소유권 취득이 불법"이라며 소유권 이전 등기말소 청구소송을 낸 뒤 법원에 가짜 영수증을 제출한 혐의로 고소됐다.

B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김씨의 소송대리를 맡았다.

한때 변호사 개업을 했다가 검사로 복직한 현직 부장검사 H씨가 김씨와 2000~2001년 17억원 규모의 돈 거래를 한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김씨 구속 직후인 지난해 말 제기된 바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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