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내 집앞은 안돼” 이해는 가지만…

  • 입력 2006년 12월 15일 02시 58분


서울시가 추진 중인 공익사업이 해당 지역 주민의 반대 때문에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의회는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반대를 이유로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공동이용과 지하차도 건설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들 사업은 해당 지역주민에게는 일부 불편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공익을 위해 함께 사용해야 할 자원회수시설과 지하차도를 ‘나에게 손해여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지역 쓰레기 받아들일 수 없다?=시의회 예결위는 강남구 일원동 강남자원회수시설의 내년 운영 예산 124억 원 가운데 강남구 자체 운영비 61억 원을 제외한 63억 원을 삭감했다. 다른 자치구가 강남자원회수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예산 전액이 깎인 것.

강남자원회수시설은 강남구만 이용하기 때문에 평균 이용률이 30%도 되지 않아 다른 자치구의 쓰레기를 처리할 여유가 많은 편이다.

3월 서울 강남주민지원협의체(주민 대표기구)가 ‘강남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협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하려 했으나 일부 주민의 반발로 무산됐다. 쓰레기를 소각하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서울시자원회수시설 설치 촉진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주민 합의가 없어도 다른 자치구의 쓰레기 소각장을 공동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강남지역 주민의 거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원회수시설은 가동률이 60%는 넘어야 효율성이 있는데 강남구의 경우 시설을 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길이 막혀도 횡단보도 없앨 수 없다?=시의회 예결위는 가양대교 남단에 지하차도를 건설하기 위해 책정됐던 내년도 사업비 71억 원도 전액 삭감했다.

2002년 완공된 가양대교는 강서구 가양동과 마포구 상암동, 강변북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연결된다. 편도 4∼6차로로 만들어져 가양대교에서는 교통 소통이 원활하다.

하지만 출퇴근시간 가양대교 남단 사거리(양천길)는 상습 정체 지역이 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사거리가 있어 심각한 정체를 빚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사거리 지하에 폭 2차로, 길이 426m의 지하차도 설계를 끝냈다. 서울시의 교통소통예상 분석에 따르면 양천길에 지하차도를 건설하면 이 일대 통행속도가 시속 2∼7km 빨라진다.

그러나 가양대교 남단 주변 아파트 주민 1000여 가구가 지하차도 건설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하차도로 인해 아파트를 왕래하기 어려워지고 기존의 횡단보도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9호선 공사와 연계해 지하차도를 만들면 교통상황이 개선되고 110억 원의 예산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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