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가이드]지피지기 진학 전략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4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이제 전쟁은 끝났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제 수험생들은 준비된 전력(戰力)인 학교생활기록부 및 수능 점수와 논술 구술 실력을 십분 활용해 실질적인 전승(戰勝)을 거두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최근의 입시는 다양하고 복잡해 전문가도 명쾌한 판단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수험생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진짜 점수는 대학별 환산점수 내 석차의 상대성을 명심하라

<전략 1> 지피지기(知彼知己).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상대적인 석차를 통해 합격 여부를 가리는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지원 경향과 지원 대학에 맞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짜 점수는 대학별 환산점수다.

수능이 끝난 직후 입시기관이나 수험생들은 원점수(500점 만점)를 가지고 지원 가능 여부를 점쳤다. 하지만 원점수는 이제 잊어야 한다. 대학마다 반영 영역과 방법이 다른 상황에서 원점수는 무의미하다. 다음 표의 사례를 보자.

고려대 2006학년도 정시모집 실제 환산 사례
구분A B
원점수표준점수(백분위)원점수표준점수(백분위)
언어98125(96)100127(99)
수리 나92145(98)96148(99)
외국어94136(98)91133(96)
사탐(4)50,42,36,4466,68,54,66
(99,97,63,97)
44,44,47,5061,62,61,73
(85,92,82,100)
총점456환산점수 : 482.15472환산점수:481.97

분명 A학생은 B학생에 비해 원점수상으로 16점이나 낮았지만, 고려대 환산점수로는 역전해 0.18점 높은 점수이다. 고려대가 목표였던 학생이라면 A가 웃고 B가 울어야할 상황이다. 원점수와 대학별 환산점수의 차이는 반영 영역이 적을수록, 반영 방법이 백분위 중심일수록 더욱 커진다.

▽입시 지원의 사전 원칙을 정하라.

재수에 대한 각오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이 지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재수를 할 수도 있다는 자세는 상향지원 2에 적정지원 1 혹은 적정지원 2에 상향지원 1을 할 수 있다. 재수가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아무래도 안정지원에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재수 여부 다음에 결정해야 할 것은 대학과 학과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이냐의 원칙이다. 대학을 우선하면 그 대학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학과를 중심으로 지원한다면 여러 대학의 합격선을 골고루 살펴 분석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이 실제 지원에서 둘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할 경우가 많다. 물론 한 군에는 대학을, 한 곳은 학과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지역, 흥미와 적성, 소질, 앞으로 갖고 싶은 직업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이런 가치관이 반영된 원칙이 정해지지 않으면 지원 여부를 급하게 결정해야 할 시점에서 우왕좌왕 할 수 있다. 지금 수험생이 가장 우선적으로 할 일은 바로 이런 원칙을 고민하고 부모나 교사와 상의하는 일이다.

▽경쟁자들의 지원 흐름을 분석하라.

2007학년도 입시는 현행 제도의 마지막 입시이다. 과거에도 제도가 바뀌는 시점에서는 항상 하향 안정 지원의 흐름이 대세였다. 이러한 하향 안정지원이 대세일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입시는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2006학년도 정시모집 지원 사례(A)

가군) 이화여대 국교과 합격 나군) 경희대(수원) 유럽어학과군 합격 다군) 건국대 상경대 불합격

구분언어수리 나외국어사탐
1234
표준점수12012011758596361
백분위86807773789086
등급3344323

2006학년도 정시모집 지원 사례(B)

가군) 이화여대 경영 불합격 나군) 한국외국어대 터키어 불합격 다군) 숙명여대 법학 합격

구분언어수리 나외국어사탐
1234
표준점수12612112758596165
백분위98818973818496
등급1324331

A학생의 성적과 입시 결과를 보며 의외라고 생각할 수험생이 많을 것이다. 이 사례는 특수한 경우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다. A학생은 ‘가’군 상향, ‘나’군 안정, ‘다’군 소신의 지원전략을 편 경우다. B학생은 ‘가’군 소신(약간 상향), ‘나’군 소신, ‘다’군 안정의 원서 배치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 학생 모두 소신지원 대학에 불합격하고 A학생은 오히려 상향지원 학교에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상향, 소신, 안정은 모두 예년 입시결과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하향 안정지원의 흐름에서는 소신 지원이 불합격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대신 모두 하향 지원한다면 각 대학 상위권 학과는 오히려 커트라인이 낮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지원의 흐름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입시 지원 전략의 핵심이다.

<전략 2> 조호이산(調虎離山). 유리한 위치에서 싸워야 한다.

호랑이와 산에서 싸우면 불리하다. 지원의 흐름과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반영영역과 방법에 따라 대학별 환산점수에 대한 자신의 유불리가 분명해졌을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한 지원전략이 필요하다. 내가 유리한 곳에서 싸워야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표준점수와 백분위의 점수체계는 다르다.

수능 성적표에는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이 나와 있다. 대학은 이들 지표를 자유롭게 활용하여 학생을 선발한다. 그런데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수험생들이 생각한 것과 다른 반영 결과를 보일 때가 많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비교 사례(2006학년도 수능 기준)
구분활용언어수리외국어탐구(3),환산지원 대학비고
A표준점수121146132131530연세대공학계열 합격표준점수 유리
백분위881009596379
B표준점수127134133132526이화여대 약학과 합격백분위 유리
백분위99969696387

A학생이 B학생보다 표준점수로 4점이 높지만 백분위로 계산하면 역전되어 B학생의 점수가 오히려 8점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난이도가 낮은 과목은 원점수 1, 2점 차이에도 백분위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난이도가 낮은 과목에서 실수한 학생은 백분위 점수가 원점수나 표준점수 대비 불리하게 되는 것이다.

▽탐구영역 반영방식 및 반영비율을 집중분석하라.

탐구영역은 대학별로 점수 반영 방식이 다양하다. 이 점을 고려한 정확한 분석 없이 지원했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2006학년도 수능 서울대 인문계 탐구영역 영향력 분석
A의 탐구 원점수서울대 기준점수B의 탐구 원점수
A의 백분위(변환점수)B의 백분위(변환점수)
국사: 5099 (68.36)92(63.54)국사 : 46
근현대사: 5098(66.80)98(66.80)한국지리 : 43
세계사: 4782(60.00)96(65.51)세계지리 : 48
경제: 5099(68.36)99(68.36)법과사회 : 45
탐구총점: 197변환평균 : 65.88변환평균 : 66.05탐구총점 : 182

이 사례 역시 A학생과 B학생의 원점수 대비 서울대 탐구영역 변환점수의 차이가 큰 경우다. 반영 방식에는 백분위를 활용하여 대학 자체 변환표준점수로 반영하는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 표준점수 반영 대학(경희대 국민대 성균관대 등), 백분위 반영 대학(단국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탐구영역 반영 과목에 따라서는 4과목 모두를 반영하는 대학(서울대 등), 상위 3과목 반영 대학(고려대 연세대 등), 상위 2과목 반영 대학(서울시립대 등) 등이 있다. 이외에도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탐구영역에서 잘못된 분석으로 역전되는 경우가 없도록 자신에게 유리한 탐구영역 반영 대학을 찾아내는 것도 지원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전략 3> 만천과해(瞞天過海). 은밀하게 내일을 준비하라.

앞서도 언급했듯이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성급한 낙관주의도 문제지만 너무 비관만 하는 것도 문제다. 원점수를 놓고 동요하지 말고, 자신의 위치와 유불리 상황에 대한 파악이 끝났다면 지원할 대학을 군별 2, 3개 대학 정도로 결정해 놓고 지원의 흐름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때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논술, 구술면접과 같은 대학별 고사에 대한 준비다.

다음 사례에서 보듯이 B학생은 서울대 환산점수로 168.08점을 받아 표본으로 제시된 수험생 중 최고 점수이지만 논술 및 면접 등에서 점수가 뒤져 최종 전형에서 불합격했다. 이에 반해 E 학생은 서울대 환산점수가 165.80점으로 1단계 통과 점수의 하위권 수준이었지만 논술 및 면접 실력이 뛰어나 높은 점수를 얻은 결과 당당히 최종 전형에서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서울대 정시 자연계 2단계 구술면접의 변별력 비교 사례
구분모집단위서울대(수능+내신)구술면접합격여부
수험생A의예과167.30합격
수험생B의예과167.88불합격
수험생C약학과165.90합격
수험생D약학과167.29불합격
수험생E전기컴퓨터공164.64합격
수험생F전기컴퓨터공166.25불합격
수험생G수리.통계학과군164.63합격
수험생H수리.통계학과군165.28불합격

서울대 정시 인문계 2단계 논술 및 면접의 변별력 비교 사례
구분모집단위서울대(수능+내신)논술 및 면접합격여부
수험생A법과대167.30합격
수험생B법과대168.08불합격
수험생C경영대166.50합격
수험생D경영대167.91불합격
수험생E사회대165.80합격
수험생F사회대167.90불합격

자연계 모집단위에서도 A학생은 서울대 환산점수로 167.30점을 받아 B학생의 167.88점보다 0.58점 뒤졌지만 구술면접을 잘 본 결과 서울대 의예과에 최종 합격했다.

대학별 고사는 상위권 대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등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 차분하게 내일을 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입시 전쟁의 승전고는 마지막 합격증을 받는 그 순간에 울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3년여의 준비보다 남은 1∼2개월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지면 관계상 언급하지 못한, 전략적 접근을 필요로 하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하는 수험생만이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너무도 익숙한 말이겠지만 지금 수험생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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