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2007 정시 논술 특집

  • 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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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제

(1) 제시문을 읽고 ABO 혈액형으로 인간의 성격이나 심리 혹은 연애운을 예측하는 것에 대하여 유전과 관련지어 그 타당성을 서술하시오.

(2) 제시문에 따르면 혈액형에 따라 바이러스나 세균에 따른 면역력이 다르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예상해 보시오.

(3) 제2차 세계대전 중 혈액형에 따라 병사들의 임무를 각기 달리 부여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취직을 위한 입사지원서에 혈액형 기입란이 있기도 하다. 이처럼 혈액형에 따라 사회 조직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시오.

■ 학생글 - 김혜림·성남여고 2학년

[논제 1]

요즘은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는 기준 중에 하나로 혈액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혈액형별 성격을 다룬 글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서의 대화 소재로도 흔히 사용된다. 하지만 혈액형 성격학은 과학적으로는 신빙성이 없는 주장이다. 혈액형을 4가지 A, B, O, AB형으로 나눌 때는 적혈구에 붙어 있는 당단백질의 항원·항체 반응에 따른다. ②이를 유전의 관점에서 설명할 때,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9번 염색체가 관여하는데 쌍으로 존재하여 연관 유전된다. ③또, 사람의 유전 특징 중에 다인자 유전이라는 것이 있는데 신장, 피부색을 나타내며 단일인자 유전은 혈액형과 Rh의 +,- 유무를 결정한다. 다인자 유전은 하나의 염색체에 여러 유전자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연관 유전이 되어서, 열성과 우성을 나타낼 수 없다. 혈액형을 결정짓는 단일인자 유전은 9번 염색체에 존재하는데, 이 염색체와 혈액형이 관련되어 있다는 학설은 아직까지 없다. 적혈구에 어떤 당단백질이 붙어 있느냐에 따른 혈액형의 분류가 성격까지 결정한다는 말은 가설일 뿐이다.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나 심리가 결정된다거나 항원·항체에 따라 성격이나 심리가 결정된다는 말은 ④귀납법을 통해 쉽게 모순임을 알 수 있다. 혈액형에 따른 심리의 분류는 요즘의 추세를 반영하는 것에 과학적인 근거라는 가설을 붙여 퍼뜨리는 신빙성 없는 글에 불과하다. ⑤대중매체와 인터넷 속에서의 확산으로 쉽게 퍼지는 이야기일 뿐이다.

[논제 2]

①【영국에서는 면역성에 대비하여 인간의 혈액형이 골고루 존재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 주장은 고등학교 생물책만 잘 공부했어도 모순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혈액형을 결정짓는 것은 적혈구에 붙어 있는 당단백질이 결정하지만, 면역과 관련 있는 것은 적혈구가 아니라 백혈구이다. 즉, 면역과 혈액형은 관련이 없다. 면역이 적혈구, 즉 혈액형에 따라 다르다는 주장이 맞으려면 9번 염색체가 연관 유전되면서, 면역력을 결정짓는 유전자와 혈액형을 결정짓는 유전자가 9번 염색체에 같이 존재해야 한다. 이 주장은 다면 발현으로 볼 수 있는데 면역력 관련 유전자와 혈액형 유전자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학설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나 세균에 따른 면역력이 혈액형별로 다르다는 주장에는 같은 염색체에 혈액형과 면역력을 결정짓는 유전자가 연관유전에 의해 상동염색체로서 존재한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두 유전자가 연관되어 있다면 유전적으로 연관 유전으로서 같이 유전되기 때문이다.】

[논제 3]

혈액형 성격학은 일본을 시발점으로 1980년대 노미 도시타카에 의해 굳혀졌다. 그는 여러 데이터의 분석을 끝으로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현재 우리가 인터넷에서 흔히 사용하는 혈액형에 관한 일종의 판에 박힌 편견의 근원이 바로 이 혈액형 성격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주장을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과학적인 근거로서의 주장이 아닌 일종의 통계라고 볼 수 있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의 분류나 심리의 파악이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가설일 뿐인데 이를 사회를 조직하는 데까지 큰 정보로써 이용한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①다수에 따른 일종의 통계가 한 사람의 진짜 성격과 됨됨이까지 말해주진 않기 때문이다. 혈액형 성격학은 언론이 부추기는 하나의 ‘대세’이며 ‘현상’이 되어버렸다. 한동안 B형에 관한 영화나 노래들이 이 ‘현상’의 심화를 잘 말해주었던 예인데, 오래가지 않은 것은 과학적 사실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기 때문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가치를 혈액형으로 단순히 4가지로 파악한다는 것은 오만이며 편견이다. 더군다나 성격은 ②다인자 유전처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 첨삭지도

이번 논술 주제는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성에 관한 것으로 많은 학생이 평소에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졌던 내용을 가지고 논제를 제시했다. 그래서인지 논술 과정에서 일반적인 통념이나 개인적인 경험을 펼쳐 놓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다. 논제나 제시문이 친숙할수록 주어진 조건을 철저하게 지켜서 쓰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과학 논술의 경우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조건이다.

이번 논술에서도 항원, 응집소, 형질 등 다양한 생물 용어가 제시문에 등장했는데 이러한 전문 용어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야 하는 논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다. 이해한 만큼 용어의 사용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논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시문을 정확하게 분석한 다음 여러 개의 제시문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끄집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제시문은 각각 혈액형의 분류법, 유전에서의 우열의 법칙, 하나의 염색체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질, 다인자 유전과 단일인자 유전의 차이 등을 다루고 있다.

[논제 1]

① 일반화의 오류이다. 성격을 파악할 때 혈액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이처럼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논제를 설정한 것이다. 또한 ‘기준 중에 하나로’라는 표현은 간결하게 ‘기준으로’로 바꾸어 쓰는 것이 좋다.

② 항원·항체 반응을 유전의 관점에서 설명하라는 것이 아니다. 전문 용어들이 많이 쓰일 때는 설명하는 대상을 문장 맨 앞에 정확하게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액형의 분리를 유전과 관련지어 설명하면’으로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③ 마치 다인자 유전이 신장, 피부색을 결정하고, 단일인자 유전은 혈액형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쓰이는 것처럼 표현했는데 문장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또, 사람의 유전 특징 중에는 다인자 유전과 단일인자 유전이 있어, 전자는 신장, 피부색 등 개인마다 다양한 차이를 가진 형질과 관련되어 있고, 후자는 혈액형과 같이 몇 종류의 차이만 가진 형질과 관련되어 있다’ 정도로 쓰면 무난하다.

④ 제시문 (가)를 보면, 혈액형 성격의 차이를 주장한 노미 도시타카는 그 근거로 귀납적 추리를 사용했다. 따라서 귀납법을 통해서 모순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야 한다.

⑤ 가능하다면 마지막 문장의 경우 채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노력해 보자. 가령 ‘모든 것을 단순화하여 구분 짓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가 성격마저도 단순화했을 뿐이다’ 정도면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피력하는 마무리가 되겠다.

[논제 2]

① 김혜림 학생은 혈액형에 따라 바이러스나 세균에 따른 면역이 다르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느낌의 글을 썼는데 결과적으로 아쉬운 글이 되었다. 논제는 이러한 주장이 있는데, 그것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문을 통해 예상해 보라는 것이었다. 물론 논술문 후반부를 통해서 어느 정도 노력은 했으나 기본적인 조건을 지키지 못했기에 좋은 점수는 받기 어렵다.

논제 2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제시문 (나)에서 찾을 수 있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속으로 침투하는 경로를 수용체 결합설로 본다면 응집원의 형태가 다른 혈액형별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혈액형이 일정한 가계일수록 특정한 질병에 걸릴 유전적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의 예라든가, 특정 혈액형이 많은 나라에는 어떤 질병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예를 추가해 준다면 더욱 좋겠다. 또한 두 번째 문장처럼 지나친 표현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논제 3]

① 통계 대상이 다수였다는 것인지, 다수의 사람이 통계를 작성했다는 것인지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생략해도 무방하다.

② ‘다인자 유전에 해당하므로 환경에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로 바꾸어야 한다.

이번 통합논술에서는 수리·과학적 사고를 시험하는 논제와 함께 사회 현상에 그것을 확대 적용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논제 3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혈액형으로 사회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과학적 논거가 부족하므로 반대한다는 것 외에 다른 근거를 들어 반박을 해야 하며, 혹은 비록 과학적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혈액형별 구분법의 긍정적 측면을 옹호하는 주장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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