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비행기 소음에 “공부는 어떡해…”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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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소음 때문에 수업하기 너무 힘들어요.”

대구 북구 복현동 일대 8개 초중고교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이 부근 대구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 소음 탓에 어려움이 많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경상고, 성광고, 성화여고, 대구북중, 성광중, 성화중, 문성초교, 복현초교 등은 모두 대구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는 방향으로 2∼3km 이내에 위치해 이륙 후 급상승하는 항공기의 엔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비행기 소음 때문에 이들 학교는 하루 평균 10여 차례 수업이 중단되는 등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는 것.

경상고 정영헌(36·영어) 교사는 “비행기 소음이 나는 동안 수업을 잠시 중단한 뒤 다시 학습 분위기를 잡으려면 몇 분가량 걸린다”며 “특히 영어듣기 시험 중 비행기 소음이 들리면 학생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성화여고 학부모인 박기예(43) 씨는 “최근 딸에게서 ‘비행기 소음으로 내신성적에 반영되는 영어듣기 시험을 망쳤다’는 말을 듣고 전학시켜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교육 당국은 왜 뒷짐만 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성광중 3학년 조영준(14) 군은 “비행기 소음으로 수업이 중단되는 일이 잦아 공부할 때 정신 집중이 잘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경상고 등 8개 학교 학부모와 학교장, 학교운영위원장 등 대표 8명은 23일 항공기 소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대구시에 냈다.

이들은 이 청원서에서 “항공기 소음에 시달려 온 일부 학생들은 난청이나 정서불안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며 “학교 건물 내벽을 헐고 그 자리에 방음벽을 설치하고 교실과 복도에도 이중 유리창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10여 년 전 항공기 소음 개선책의 일환으로 설치된 냉난방 시설도 이제는 낡아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8개 학교에는 모두 1만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경상고 권희태 교장은 “예산 부족 등으로 항공기 소음 방지 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행정 당국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가 발표한 올해 4분기 국내 14개 공항 소음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구공항의 소음도가 평균 87웨클(소음 평가단위로 기준치는 75웨클)로 가장 높았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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