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권총강도 이틀만에 잡았다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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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민은행 강남역 지점 ‘골드&와이즈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발생한 권총 은행강도 사건의 용의자 정모 씨가 22일 서울 강남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민은행 강남역 지점 ‘골드&와이즈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발생한 권총 은행강도 사건의 용의자 정모 씨가 22일 서울 강남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국민은행 강남역 지점 ‘골드&와이즈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1억50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난 은행 권총강도의 범인이 사건 발생 이틀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오후 5시 경기 안양시 동안구 모 호텔에서 은행 강도의 용의자인 정모(29)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 호텔에서 현금 9537만 원과 독일제 9mm 구경 권총, 실탄 20발을 압수했다.

▽대포폰이 체포 단서=정 씨는 사건 발생 이틀 전인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실내사격연습장에서 권총과 실탄을 훔치면서 대포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연습장 주인에게 건넸다. 대포폰이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개설된 휴대전화로 주로 신용불량자나 범죄자가 사용한다.

경찰은 이 대포폰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모텔로 배달된 것을 확인하고 탐문수사를 통해 정 씨와 그의 애인 이모(27) 씨가 묵었던 모텔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모텔 내 컴퓨터의 접속 기록을 통해 이 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정 씨의 또 다른 대포폰 번호를 확보하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정 씨를 체포했다.

▽범행 동기=정 씨는 사기와 절도 전과 8범으로 범행 당시 사기 혐의 등으로 수배된 상태였다.

그는 경찰에서 “열흘 전 어머니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수배 중이라 임종을 하지 못해 괴로워 자살하려고 총을 훔쳤다”며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다가 차라리 은행을 털어 정착하는 게 효도라고 생각해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강남역에서 역삼역 방면으로 걸어가다 일반지점과 PB센터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사람의 왕래가 적은 PB센터를 범행 장소로 정했을 뿐 사전 답사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범행 뒤 행적=정 씨는 범행 뒤 강남역 부근에서 택시를 타고 역삼동의 한 모텔로 가 하루를 묵고 다음날 안양시 동안구의 호텔에서 생활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그는 안양에서 원룸을 얻기 위해 계약금으로 100만 원을 썼고 가짜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한 업자에게 55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또 시계와 옷, 구두 등을 사는 데 120만 원을 쓰고, 호텔에서 안마비로 20만 원을 사용했다는 것.

이 밖에 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173만 원을 빼고 9537만 원이 호텔에 남아 있었다.

경찰은 정 씨가 자살을 위해 권총을 훔쳤다거나 PB센터에 손님을 많지 않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한 점 등이 미심쩍다고 보고 은행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과 공모했는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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