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점검/문화예술진흥 프로젝트 ‘인천&아츠’

  • 입력 2006년 8월 24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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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명훈(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씨가 기획해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인천 & 아츠’에 대한 지역사회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인천의 문화 수준을 한차원 끌어올렸다는 찬사가 있는 반면 특정 기획사 주도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

▽이례적인 프로젝트=인천시는 정명훈 씨를 ‘음악 홍보대사’로 내세워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여나간다는 취지로 2005년부터 4년간 ‘인천 & 아츠’에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0억 원에 이어 2008년까지 매년 30억 원씩 지원해 연주가 양성, 예술 공연 유치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했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연간 운영비가 22억 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처럼 단일 문화행사에 4년 연속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정 씨는 자신이 1997년 창단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의 법인 주소를 올해 인천으로 옮겼다. 또 7, 8월 인천과 서울에서 APO 재창단 공연을 했고 전문 연주가를 대상으로 한 오케스트라 아카데미(APOA)를 운영했다.

APO는 아시아 유명 오케스트라 수석 단원 100여 명으로 구성됐으며 APOA는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권 유망 음악인 100여 명을 선발해 일주일 동안 파트별 레슨과 공연 연습을 하는 워크숍이었다. APO 재창단 공연에 5억9000만 원, APOA 워크숍에 5억9000만 원의 예산이 지출됐다.

‘인천 & 아츠’ 시민문화 프로그램의 경우 올해에만 음악, 무용, 뮤지컬 등 11건의 공연이 마련된다.

‘요코하마 고바쓰바라 무용단’ 내한 공연, 유니버설 발레단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베이스 4중주단인 ‘베이스 갱’ 연주회, 뮤지컬 ‘비밀의 정원’, ‘재즈와 보사노바의 만남’ 등 인천에서는 좀처럼 관람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명암= 그러나 ‘인천 & 아츠’에 대해 지역사회 예술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례로 7∼11일 ‘인천 & 아츠’ 연주가 양성 프로그램에 인천시립교향악단이 동원되자 단원들 상당수가 협연을 거부했지만, 시청 직원들이 설득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한 단원은 “정 씨가 선발한 아마추어 지휘자와 청강생 10여 명을 위해 5일 동안 매일 7시간 협연을 해주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PO가 상설 오케스트라단이 아니어서 인천 홍보에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4, 5일 인천과 서울에서 열렸던 APO 공연은 창단 이래 국내에서의 첫 연주회였다.

인천시의회 김성숙 의원은 “‘인천 & 아츠’가 정 씨의 명성을 활용해 ‘인천 세일’을 해 보겠다는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며 “인천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음악인을 교육하고 정명훈 씨의 형이 대표를 맡고 있는 CMI 측 의도대로 예산이 집행된다”고 지적했다.

’인천 & 아츠’의 모든 프로그램은 정 씨의 형이 운영하는 공연기획사 CMI 주도로 준비되고 있다

인천민예총 등 지역 예술단체는 “시가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인천문화재단에 올해 60억 원을 출연하도록 한 조례 규정을 어기고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인천 & 아츠’에는 과도한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CMI 정명근 대표는 “APO는 국내 연주 실적은 없었지만 해외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했고, APOA 참가자들은 교수 추천을 거쳐 투명하게 선발했다”고 말했다.

인천종합문예회관 김선구 예술지원팀장도 “참여도는 다소 미흡했지만 기초공연 예술가를 양성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정 씨 명성을 활용해 인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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