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또 폭력시위… 포항 ‘부글부글’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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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경북 포항시 형산교차로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남구 괴동동의 포스코 본사로 거리행진을 하려 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저지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4일 오후 경북 포항시 형산교차로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남구 괴동동의 포스코 본사로 거리행진을 하려 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저지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 소속 하중근(44) 씨가 시위 중 부상해 사망한 사건으로 포항지역의 노사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연일 열대야가 계속되는 무더위에 집회로 인한 도심 교통마비까지 겹쳐 포항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포항시위, 전국화 양상=지난달 21일 포스코 본사에서 농성 중이던 노조원들의 자진해산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의 시위는 1일 하 씨의 사망 이후 전국투쟁의 성격으로 확대되고 있다.

4일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2동 동국대 포항병원 앞길에서 열린 하 씨 사망 진상 규명 결의대회에는 포항건설노조를 비롯해 울산플랜트노조, 광양건설노조 등 민주노총 산하 전국 각 지역 노조원 5000여 명이 참여했다. 포항건설노조는 지난달 31일에도 포항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포항시청까지 거리행진을 했고 하 씨가 사망한 뒤인 3일에는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 앞에서 3시간 넘게 집회를 열며 동국대 포항병원 앞 일부 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날 8월 말까지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천명한 민주노총은 8일 영남권 노동자대회, 12일 2차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일정을 밝혔다.

한편 포항건설노조원 하중근 씨 사망진상조사대책위는 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 씨가 면적이 넓은 물체 또는 둥근 물체로 왼쪽 뒤통수 아랫부분에 강하게 충격을 받아 반대편인 오른쪽 앞머리 윗부분에 뇌출혈이 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원과 경찰 몸싸움, 160여 명 부상=노조원들은 집회 직후 포스코 본사 쪽으로 진출하려 했으나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저지하자 깃대용 죽봉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수십 명이 경찰의 진압봉과 방패를 빼앗은 뒤 전경 등에게 휘둘렀다. 흥분한 노조원들은 시위진압 전경 30여 명을 시위대 쪽으로 끌고 가 마구 때려 서울기동대 소속 임모(21) 이경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의경 9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경찰의 집회 해산 과정에서 노조원도 7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경찰 10명, 노조원 1명이 중상을 입어 동국대 포항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경찰의 부상이 많았던 것은 노조원 하 씨가 숨진 것과 관련해 경찰이 시위대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노동계 집회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시민 분통=피서철을 맞아 경북 동해안을 찾는 피서행렬이 몰린 데다 민주노총과 포항건설노조의 도로 점거 집회가 열리면서 4일 포항시와 주변 국도에서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민주노총이 거리행진을 하면서 형산교차로의 차량 통행이 3시간 넘게 전면 금지돼 시내 도로가 통제됐고 집회장소를 피해 동해안으로 연결되는 국도 7호선으로 우회하려는 차량이 몰리면서 시내 곳곳 도로가 정체됐다.

피서객 홍모(39·서울 광진구 광장동) 씨는 “가족과 함께 동해안으로 놀러 왔는데 바닷가를 가기도 전에 도로에서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포항=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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