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아줌마들 사라진다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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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보험회사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이모(40·여) 씨.

올해로 경력 7년차인 그는 주변에서 설계사를 그만두는 동료들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3, 4개월 다니다가 갑자기 안 나오는 아줌마가 많아요. 처음 몇 개월은 친인척 등 알고 지내는 사람들로 겨우 버티지만 그 후 실적이 나빠지면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납니다. 얼굴 안다고 보험 들어 주던 시대도 지났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씨가 다니던 생명보험사에는 남편이 실직하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일자리를 찾는 중년 여성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이들의 보험 상품 판매 전략은 대체로 인맥과 유별난 친화력. 그러다 보니 ‘보험설계사’라는 전문적인 이름 대신 ‘보험아줌마’로 많이 통했다. 그렇게 낯익은 보험아줌마들이 우리 주변에서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 보험아줌마들의 퇴출

보험설계사 김모(45·여) 씨는 주경야독(晝耕夜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대학원에서 경영학 과정을 수료하고 재무설계사 자격증도 취득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수익증권 판매 자격시험을 준비 중인 김 씨는 앞으로 대학에서 경제학 공부까지 할 생각이다.

그는 “방카쉬랑스(은행에서 보험 업무를 하는 것)다 뭐다 해서 설계사뿐 아니라 금융회사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며 “자기 계발을 못하는 사람들은 죄다 탈락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31일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생명보험 설계사는 2001년 3월 말 17만여 명에서 올해 3월 말 현재 12만4000명으로 줄었다. 1년에 1만 명씩 ‘퇴출’된 셈이다.

특히 여성 설계사와 고졸 이하 출신 설계사들의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여성 설계사는 2002년보다 3만 명 가깝게 줄었지만 남성 설계사는 오히려 3000여 명 증가했다. 고졸 이하 학력 소지자 비율도 85%에서 68%로 줄었다.

이들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데는 변액보험, 주가지수연동보험 등 판매자조차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복합 보험 상품이 주력 상품으로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금감원 측은 설명했다.

게다가 인터넷, 방카쉬랑스 등 새로운 보험 상품 판매채널이 등장하면서 설계사 간 판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보험아줌마들이 밀려나는 배경이 되고 있다.

○ 구조조정 더 심해질 듯

설계사 모집은 예전엔 “교육만 잠깐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기존 설계사들이 무작정 주변 사람들을 끌고 오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보험사들이 ‘머릿수만 늘리면 영업이 잘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설계사 불리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모집 형태가 기존의 추천 방식에서 금융회사 경력자 중 우수 인력을 영입하는 선별 채용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젠 보험사들도 설계사들이 중도에 그만두는 게 고객관리 차원에서 전혀 좋을 것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들에게 신상품과 영업 노하우를 끊임없이 제공하면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계사의 ‘소수정예화’는 올해 하반기에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이르면 8월 말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설계사가 소속 보험사의 상품만 판매하는 ‘1사(社) 전속주의’가 폐지되고,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서로의 상품을 교차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인맥에 의존하는 보험아줌마들이 생존할 확률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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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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