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재정난에 폐쇄 위기

  • 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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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복도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박영대 기자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복도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박영대 기자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2층 복도. 양발 뒤꿈치뼈가 으스러져 목발 신세를 지고 있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외국인노동자 압둘라만(23) 씨가 진료를 받기 위해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법 체류자인 그는 4월 24일 자신이 일하고 있던 가구공장에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붙잡히지 않으려고 3m 높이의 창문 아래로 뛰어내리다 두 발을 다쳤다.

그는 한 외국인노동자 친구에게서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에서 무료로 수술을 해 준다”는 얘기를 듣고 이 병원을 찾았다.

이날 병원 복도에는 압둘라만 씨 외에도 20여 명의 외국인노동자가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압둘라만 씨처럼 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어둠 속의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인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이 개원 2년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독지가들이 보내 주는 후원금으로 근근이 버텨 왔으나 후원금이 갈수록 줄면서 더는 운영하기가 어려워진 것.

하루 200명 정도의 환자가 찾는 이곳은 검진비, 진료비, 입원비뿐 아니라 환자들의 식사비까지 모두 무료다. 의약품 구입과 인건비 등으로 한 달에 적어도 5000만∼6000만 원의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달에 들어오는 후원금은 많아야 300만 원 안팎. 벌써 3억 원의 적자가 쌓였다.

현직 의사 몇 명이 매일 저녁 찾아와 무료로 진료해 주고 열린치과의사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의사들이 의료 봉사 활동을 해 주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의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의 집’ 김해성(45) 목사는 “그동안 많은 분의 도움으로 간신히 병원을 운영해 왔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의원이 사라지면 돈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속출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못에 찔린 가벼운 상처나 감기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외국인노동자들을 보고 2년 전 병원 설립을 결심한 김 목사는 “병원이 생긴 뒤로는 감기로 숨지는 외국인노동자는 없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외국인노동자와 중국교포 등 3만6000여 명의 환자가 찾은 이곳은 22일 개원 2주년을 맞는다.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02-863-9966

후원금 계좌 국민은행 848601-04-043129 예금주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

이 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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