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술값 690만원 외상만 7000만원 넘어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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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못 받은 외상 술값만 7000만 원이 넘어요.”

카펫수입판매업자 김홍수(58·수감 중) 씨가 법조계 인사, 경찰 등과 자주 다녔다는 서울 강남구의 한 고급 술집 주인 양모 씨 부부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얘기다.

김 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현웅)는 양 씨와 부인 차모 씨에게서 김 씨 관련 외상 장부를 제출 받아 진위를 확인 중이다.

▽“4명 술값이 690만 원”=양 씨는 2002년 4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 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김 씨에게 부탁해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적이 있는 인물.

이후 김 씨는 양 씨가 운영하던 술집을 단골로 정해 놓고 법조계 인사나 경찰, 검찰 직원 등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이들의 회식 장소로 양 씨의 술집을 공짜로 이용하도록 편의를 봐주기도 했다.

회식비나 휴가비, 명절 떡값을 주는 것 외에도 술자리를 통해 이들을 ‘관리’한 것.

1차 식사 자리는 주로 강남구 역삼동의 유명 일식집이었다. 김 씨가 동석하지 않더라도 이들은 이곳에서 자주 저녁식사를 한 뒤 김 씨 앞으로 외상을 달아 놓았고, 나중에 김 씨가 와서 계산을 했다는 게 일식집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이다.

김 씨가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김 씨가 없어도 이들은 이곳에서 술을 마신 뒤 술값을 김 씨 앞으로 달아 놓았다.

양 씨 부부는 검찰 조사에서 “3, 4년 동안 법조계 인사, 검찰 직원, 경찰들이 와서 김 씨 이름으로 마신 외상 술값 중 아직 받지 못한 것만 7000만∼8000만 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최근 조사 과정에서 김 씨가 법조계 인사 3명과 하룻밤에 마신 술값이 690만 원이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내가 낸 술값 갖고 온 줄 알았다”=그러나 김 씨는 지난해 7월 구속되기 얼마 전부터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외상 술값을 제때 갚지 못했다는 것.

지난해 김 씨와 함께 구속된 서울중앙지검 직원(7급)도 김 씨 이름을 대고 양 씨의 술집에서 마신 외상 술값이 2000만 원을 넘었다.

김 씨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한 경찰 간부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씨 등과 어울려 술을 마신 뒤 내가 술값을 냈는데, 그 술값을 김 씨가 돌려준 걸로 알고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조계 인사나 경찰, 검찰 직원 등이 수년 동안 김 씨와 함께 마시거나 김 씨 이름을 대고 마신 외상 술값이 억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식사나 술 접대가 김 씨의 사건 청탁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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