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6만 등 전국 거리응원 164만명

  • 입력 2006년 6월 24일 06시 58분


"아쉽지만 잘 싸웠다."

"태극전사! 그대가 있어 행복했네."

아드보카트호의 16강 진출이 안타깝게 좌절된 24일 새벽 4천800만 붉은 악마는 아쉬운 한숨 속에 이역만리에서 끝까지 열심히 싸운 태극전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스위스전에서 한국이 0대 2로 패하자 밤새 충혈된 눈으로 TV중계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에 분개하면서도 대표팀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곳곳에서 붉은 티셔츠 차림으로 밤새 열띤 거리응원을 벌인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16강 진출의 미련을 떨치지 못한 듯 한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2010년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기원했다.

◇넥타이부대 '거리로…거리로'

24일 새벽 전국의 주요 거리응원 장소 99곳에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168만여 명(경찰추산)이 모여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서울의 경우 서울광장 17만명, 세종로 35만 명,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7만300명, 잠실경기장 4만 명 등 14곳에 당초 예상의 두 배에 가까운 66만4000여 명이 운집했다.

인파가 계속 늘어나자 세종로와 청계로 등 도심지역 거리응원 장소 주변의 도로의 차량 통행은 전면 통제됐고 상암 월드컵경기장도 수용 규모(6만4000여 명)를 훨씬넘긴 인원이 몰려 1만5000여 명이 입장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대형 전광판에 눈길을 고정하고 열광적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던 시민들은 전반 23분 센데로스의 선제골로 스위스가 앞서 가자 잠시 침묵에 빠졌으나 곧이어 힘찬 함성으로 역전승을 열렬히 기원했다.

이들의 함성은 후반 31분 선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을 무시하고 골문으로 쇄도한 프라이의 두번째 골이 나오자 탄식으로 변했고 상당수는 전광판에 비친 주심의 모습에 야유를 보내거나 억울함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세종로 거리응원에 참가한 성미선(25ㆍ여)씨는 "지는 것은 괜찮지만 판정이 너무 억울하다"며 눈물을 글썽였으며, 서울광장에서 밤샘 응원을 한 김진아(23·여) 씨는 "잘 싸웠다. 하지만 골 결정력이 없었던 것 같다. 16강행을 열렬히 기원했는데 무척 섭섭하다"고 말했다.

단체응원 장소는 출근 부담 없이 밤을 지새우려는 '넥타이부대' 직장인, 방학을 맞아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려는 대학생, 4년마다 찾아오는 지구촌 축제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붉은 해방구'를 이뤘다.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한 지하철은 거리응원에 합류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이었으며 술집, 음식점, 편의점, 숙박업소, 찜질방, 사우나 등도 대목을 누렸다.

잠실경기장 등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쓰레기를 그대로 버려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상암 월드컵경기장 등에서는 무질서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따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시외 유원지·콘도 '웰빙응원'

가족, 직장 동료 등과 함께 시외 유원지로 나가 주말을 즐기며 한국팀을 성원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강원도로 회사 워크숍을 간 대기업 연구원 조모(36 씨는 "일 때문에 워크숍을 왔지만 새벽에 일어나서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응원했다"며 "오심으로 아쉽게 지고나니 피로가 몰려온다"고 말했다.

서울 동부지방법원 직원 박모 씨는 전에 함께 근무하던 서울고법 동료들과 강원 강릉시에 있는 콘도에서 축구 중계를 지켜봤다.

새벽에 경기를 지켜보면서 목이 터져라 한국팀을 응원한 그는 "낮에는 강릉지법 직원들과 함께 친선 축구대회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날 서울 시내 주요 도로와 고속도로 진출입로는 일찌감치 귀가하거나 시외로 나가 편안하게 축구중계를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오후 이른 시간대부터 혼잡을 빚었다.

◇주택가·아파트 '불야성'

서울 잠실, 목동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등에서도 힘들게 싸우는 태극전사들을 위한 열렬한 응원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주말을 맞아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축구를 지켜보며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했으며 등교 부담 없이 부모들과 함께 밤을 새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도 많았다.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집 근처 생맥주집에 삼삼오오 모여 경기결과를 놓고 내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 거주 스위스인 15명은 크리스티안 하우스비르트 주한 스위스 대사의 초대로 종로구 송월동의 대사 관저 1층 거실에 모여 한국인 50여명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며 서로 자국팀을 응원하는 합동 응원전을 폈다.

하우스비르트 대사는 이날 경기를 보며 우의를 다진 한국인, 스위스인들에게 아침을 대접하며 모국의 승리를 자축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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