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입력 2006년 5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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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정호승 지음/391쪽·1만500원/비채

갈등을 극복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언제나 논술의 주요 목표다. 더욱이 주어진 삶의 조건 속에서 어떤 삶을 택할 것인가는 인간과 인간, 혹은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수험생의 문제의식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삶의 자세를 짚어 봄으로써 우리가 지향하는 삶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제시하기에 이 책은 돋보인다. 그만큼 건강한 가치관이나 인생관은 세상을 살아가는 큰 밑천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사랑하라” “대패질하는 시간보다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다” “항구에 있는 배는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를 만든 이유는 아니다” 등 이 책은 삶에 대한 성찰과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말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우리가 고통에 처했을 때, 실의에 빠졌을 때, 그래서 더는 어쩔 수 없는 마지막이라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 그 한마디의 말은 고통과 방황 속에 빠진 우리들에게 어머니처럼 위안과 위로가 되고 아버지처럼 힘과 용기를 준다.

물론 상처가 스승이고 결핍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가르침은 얼핏 입에 발린 빈말 같기만 하다. 그러나 차근차근 이어지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 가장 알맞고 편안한 십자가는 지금 내가 지고 가는 십자가라는 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화장실 벽에 붙은 글귀에서부터 이름 없는 사람들의 글이나 우화, 경구, 고전에 이르기까지 한마디의 말이 삶의 지혜로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작가의 삶에 어떻게 투영되었고 인생의 고비에서 어떻게 힘이 되었는지를 숨김없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누구의 말이든 작가가 삶과 세월의 무게를 녹인 한마디는 그저 단순한 한마디가 아니다.

이 책이 지향하는 사색과 통찰의 끝은 어디일까? 삶이란 누구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고 글쓴이는 말한다. 제비꽃이 제비꽃이면 되듯이 나 또한 이대로 나 자신이면 된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사실 해마다 천편일률적인 논술이 나오는 이유도, 개성과 창의성이 부족한 이유도 자신의 생각 없이 그저 남의 것을 따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인생의 현상과 본질을 새롭게 인식하고 새로운 의미를 새겨 보자. 더불어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성숙한 삶의 자세도 가질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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