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건 수사결과 발표]김선종 ‘섞어심기’ 계속 시도

  • 입력 2006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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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은 김선종(34) 전 미즈메디병원 연구원과 황우석(黃禹錫) 전 서울대 교수의 ‘합작품’이라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김 전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섞어심기’하고 황 전 교수가 논문 조작을 지시하면서 빚어진 ‘사기극’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과학 분야의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라고 비유했다.》

▽김 전 연구원의 섞어심기=2005년 미국 사이언스지 논문의 근거인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11개를 배양한 것처럼 조작한 사람은 김 전 연구원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황 전 교수는 이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섞어심기는 줄기세포 배양 직전 단계인 배반포 덩어리에 수정란 줄기세포 덩어리를 섞는 방법이다.

황 전 교수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김 전 연구원이 수정란 줄기세포와 배반포를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했으나 12월 말 김 전 연구원에 대한 수사를 요청할 때는 섞어심기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황 전 교수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은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김 전 연구원은 2004년 10월부터 2005년 4월까지 서울대 연구실로 몰래 가져간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를 서울대 연구팀이 만든 배반포 세포 덩어리에 섞어심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배양했다고 속였다.

동영상보기 : 황우석 논문조작, 28억 사기·횡령…김선종 습관적 범행

황 전 교수는 2004년 10월 5일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배양되지 않자 “어떻게 하느냐, 큰일이다”고 말했다. 김 전 연구원은 이 말을 듣고 곧바로 미즈메디병원으로 가서 영양세포 접시에 수정란 줄기세포 덩어리를 숨겨서 가지고 나왔다.

이어 서울대 연구실에서 배반포 세포 덩어리에 수정란 줄기세포 덩어리를 1차로 섞어심었다. 1차 섞어심기는 우발적이고 충동적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후 줄기세포가 자라나자 서울대 연구실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며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섞어심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황 전 교수가 줄기세포 추가 확립을 재촉하자 김 전 연구원은 계속 섞어심기를 시도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서울대 연구원들은 김 전 연구원의 배양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알고 김 전 연구원을 ‘신(神)의 손’으로 평가했다.

황 전 교수도 줄기세포 배양에 대해서는 김 전 연구원을 ‘선생님’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김 전 연구원의 의견에 일방적으로 의존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김 전 연구원이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해야 한다는 심리적 중압감에 시달렸고 △학자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며 △가족의 기대를 충족해야 했고 △연구 윤리의식이 결여돼 섞어심기를 했다고 밝혔다.

▽황 전 교수의 논문 조작 진두지휘=검찰은 “황 전 교수가 논문 조작을 총괄 지시했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직접 조작하거나 연구원에게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황 전 교수는 2004년 논문의 근거인 1번 줄기세포의 유전자(DNA) 지문 분석 과정에서 줄기세포에서 DNA를 추출하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자 체세포 시료를 둘로 나눠 분석을 의뢰하도록 지시했다.

줄기세포와 체세포에서 각각 DNA를 채취한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하나의 체세포에서 두 개의 DNA를 뽑아 비교했으므로 분석 결과 DNA 지문이 일치할 수밖에 없었다.

2005년 논문과 관련해 황 전 교수는 논문을 투고했던 2005년 3월 15일 당시 배양된 줄기세포가 2개(2, 3번)밖에 없었지만 11개(2∼12번)가 만들어진 것처럼 조작했다.

당시 2, 3번 줄기세포도 가짜였으나 황 전 교수는 진짜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MBC PD수첩 취재팀에 샘플을 넘겨주기 전인 지난해 10월 중하순경에 줄기세포가 가짜일 가능성을 의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황 전 교수는 DNA 지문 분석 등 검증 실험 결과를 조작하도록 강성근(姜成根) 서울대 수의대 교수와 김 전 연구원에게 지시했다.

황 전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줄기세포 2개는 확립됐다고 믿고 있었으며 다른 나라보다 먼저 논문을 제출해 특허권을 따려는 욕심이 앞서 논문을 조작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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