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조작’ 홍만표 특별수사팀장의 일문일답

  • 입력 2006년 5월 12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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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2일 "이번 사건은 일부 과학자들이 연구윤리를 저버린 결과이고 난치병 환자와 일반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앞으로 비양심적 연구 관행이 일소돼 줄기세포 연구가 지속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홍만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이언스에 실린 황 박사팀 논문의 조작 경위 등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변했다.

다음은 홍 부장검사와 일문일답.

-연구팀이 김선종 연구원의 '섞어넣기'를 찾아내지 못한 이유가 있나?

"검증 결과에 따르면 1계대 상태에서 찍은 사진을 봤을 때 세포가 죽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야 하는데 당시 연구팀이 이를 못 본 것이다. 김 씨는 더구나 권대기 연구원이 못 보도록 실험실의 불을 끄고 어둡게 작업했다고 한다."

-김 연구원은 미즈메디 병원 소속인데, 이 병원 노성일 이사장이나 윤현수 교수 측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

"김씨는 미즈메디 병원 소속이기는 하지만 황 교수가 연구진행 상황을 노 이사장에게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실제 그런 지시를 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가 있었다고 믿은 인물인데 연구비를 타낸 것을 '고의적 사기'로 볼 수 있나?

"황 교수가 사이언스 논문 관련 기자회견을 연 시점이 2005년 5월이다. 줄기세포가 '환자맞춤형'이고 줄기세포 생성에 있어 경제성이 향상됐다는 점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실험이 상업성·경제성을 개선했다는 내용은 없다."

-NT-2 세포가 미즈-4 세포임을 한학수 PD가 알게 된 경위는…?

"유영준 씨가 황 교수팀에서 나간 이후 불과 몇 개월만에 맞춤형 줄기세포가 10여개 나오니까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유씨는 황 교수팀 연구원이었던 아내를 통해 NT-2 세포를 얻어 DNA검사를 했고 미즈메디 연구원을 통해 얻은 미즈-1부터 미즈-15까지의 미즈메디측 수정란 줄기세포와 비교할 수 있었다. 유씨는 한 PD에게 이처럼 비교·검증한 자료를 보냈고 NT-2세포가 미즈-4 세포라는 점을 알게 된 거다."

-원천기술의 존재 여부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어떤가?

"NT-1 세포가 원천기술인지 여부 등은 과학계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로 본다."

-황 교수가 '섞어심기'한 사실을 안 시점은…?

"2005년 10월 중하순으로 파악했다."

-'섞어심기' 과정을 수사팀이 직접 재연했다는데…?

"김선종 씨 진술이 없었다면 과연 진실이 규명됐을 수 있었겠느냐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연구실 2차 압수수색 당시 이미 관련 사실을 자백한 김 씨와 함께 '섞어심기' 과정을 검증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4년 사이언스 논문과 관련해 황 교수가 DNA 지문분석의 조작 사실 등을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2003년 5월 처음 줄기세포가 만들어진 뒤, 그걸 검증하는 DNA 작업에서 김선종 씨가 실수로 세포를 분실했고 이를 박종혁 연구원을 통해 보고받은 황 교수는 '체세포에서 배출된 DNA 2개로 대신 보내지'라고 지시했다. 그 이후로 연구는 계속 왜곡된 것이다."

-황 교수가 민간 후원금으로 들어온 연구비를 빼돌린 것은 없나?

"자료에 제시된 것 외에 민간 후원금이 지원된 것은 없다."

-김선종 씨가 자백한 시점은…?

"올해 1월 수사 착수 한 달여 뒤 불렀는데 첫 소환일에 어느 정도 자백이 이뤄졌다. 그래서 긴급체포를 안했던 것이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과 관련해 황 교수는 왜 조작을 지시했나?

"논문 성과를 내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본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경우, 같은 해 5월 '네이처'지에서는 테라토마 실험이 없었다며 거절한 논문이다. 사이언스도 테라토마 실험을 요구했고 황 교수팀은 2004년 8월부터 4차례나 실험을 해 봤지만 테라토마가 형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배아체를 가지고 대신 실험을 했던 것이다."

-수사가 오래 걸린 이유는…?

"국제적 사건인 데다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문제가 있을 것으로 봐서 면밀히 조사했다. '바꿔치기' 의혹 수사가 한달 정도 걸렸고 그에 대한 검증 작업 뒤 황 교수가 과연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 이후 연구비 유용 수사 등을 했다. 수사팀은 5월 5일 어린이날 하루 쉬고 계속 수사했다. 이번 수사로 모든 의혹을 완벽히 해소하진 못했더라도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상당히 해소됐을 것으로 본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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