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원 이병순 할머니 8년째 노인들에 점심대접

  • 입력 2006년 2월 16일 0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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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낮 12시 경 충북 청원군 남일면 두산1리 마을경로당.

방 옆에 붙어있는 작은 부엌의 큰 솥 안에서 칼국수를 끓이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경로당을 찾는 20여 명의 노인을 위해 점심식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칼국수는 같은 마을에 사는 이병순(68) 할머니가 만들었다. 1999년부터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한 일이다.

이 할머니는 다른 계절에 비해 일거리가 없는 겨울철에 마을 노인을 위한 일을 찾다가 칼국수를 끓이기 시작했다.

3000여 평 정도의 밭을 가진 이 할머니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노인을 대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칼국수를 선택했다.

오전에 아들에게 밀가루를 사오게 한 뒤 경로당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고 홍두깨로 직접 칼국수를 만들었다.

이 할머니의 선행이 알려지자 마을 부녀회가 나섰다. 2002년 칼국수를 만드는 기계를 선물했다.

부녀회와 마을 청년회, 노인의 자녀들은 “매일 칼국수만 대접할 수 없다”며 조금씩 돈을 모으고 일손을 보탰다. 지금은 돌아가면서 식사당번을 하고 칼국수와 밥을 번갈아 제공한다.

김재식(58) 이장은 “‘칼국수 할머니’로 불리는 이 할머니 덕분에 겨울철이면 모두들 한 가족처럼 즐겁게 지낸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고급 음식은 아니지만 마을 사람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이 듬뿍 담긴 칼국수를 노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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