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도시민 절반이 꿈꾸는 ‘행복한 전원일기’

  • 입력 2006년 2월 8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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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이주에 관심 있으세요?”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서 생태적인 삶에 관한 책을 보고 있던 주부 박진경(가명·31·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에게 물었다. “관심은 있죠. 하지만 회사는 어떻게 하느냐며 남편이 반대해요. 도시에서 자라서 막상 농촌으로 가는 게 겁나기도 하고, 나중에 아이에게 미칠 영향도 잘 모르겠어요.” 농업을 업으로 삼거나 아니면 단순히 여유로운 삶을 위해 농촌으로 이주하려는 도시민이 꾸준히 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 2명 중 1명이 농촌 이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점에 나와 있는 농촌 이주 관련 책은 100여 종에 이른다.

농림부는 올해부터 귀농을 원하는 도시민의 농촌 정착을 돕기 위해 직업훈련 과정을 운영한다고 7일 밝혔다.

44세 미만의 영농 정착 희망자를 대상으로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고 생계 유지비로 월 50만 원의 훈련수당을 준다. 국가 차원에서 귀농을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낭만적인 생각과 직업훈련만으로 농촌 이주가 가능할까. 주부 박 씨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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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이주 의향 있다 56%

농경연이 최근 도시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6.1%가 농촌 이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주택 또는 토지를 알아보고 있거나 농촌 이주를 위해 저축을 하고 있는 도시민은 전체의 23.2%였다. 33%는 10년 이내 이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은 은퇴 후 여가생활을 위해 이주하고 싶다고 한 반면 20, 30대 젊은층은 농촌이 더 살기 놓은 곳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농경연은 분석했다.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농림업 종사자가 늘어난 것도 이런 트렌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촌에 이주해 성공한 사람들은 “철저한 준비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지난해 농업벤처창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강화 순무골 권국원(權國遠·53) 대표도 원래는 은행원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 귀농을 결심한 권 대표는 “귀농에도 농사에 대한 준비 교육이 필요하다”며 “친구가 귀농하고 싶다고 말하면 직장의 월급만큼 수업료를 지불하고 농업에 대해 배우고 오라고 말한다”고 했다.

농경연 성주인(成周仁) 전문연구원은 “농촌 이주는 막연한 생각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아직은 귀농을 위한 여건도 부족하고 농촌 실정도 열악하다”고 말했다.

○ 희망자 중 10여 %만 실제 이주

시민단체인 전국귀농운동본부에 따르면 이 단체가 마련한 농촌 이주 관련 강의를 듣는 도시민 중 실제로 귀농을 하는 사람은 100명 중 10여 명에 불과하다. 영농기술 습득과 토지 구입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농촌의 교육 의료 복지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농경연 송미령(宋美玲) 연구위원은 “농촌의 생활환경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농촌인구가 일정 수준 이상 돼야 교육, 교통 등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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